
앞서 “A.B.M.S.: Norici Obscura Pars” 앨범 글에서 Vuzem 얘기를 했는데, Vuzem에 관심 가졌던 이들은 꽤나 많았지만 이 밴드가 Vuzem이란 이름으로 내놓은 곡은 저 컴필레이션에 실린 2곡이 유이했고, 그러니까 이 밴드가 드디어 거의 24년만에 처음으로 단독 앨범을 낸다는 소식은 (그때까지 Vuzem의 이름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꽤 솔깃한 만한 얘기였다. 하긴 그러니 저 컴필레이션의 2곡을 그대로 정규 1집인 것처럼 재발매하는 뻘짓을 하는데도 에라 모르겠다 하고 사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멀리 갈 거 없이 내 얘기다.
뭐, 그래도 일단 앨범 커버는 꽤 멋지다(고 생각한다). 저 노스페라투 그림자는 맥락상 왜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컴필레이션의 멋없는 커버와는 분명 다르고, 수록된 2곡의 수려함이야 이미 24년 전에 충분히 검증된 만큼 걱정할 필요는 없다. 중세적인 분위기가 묻어나면서도 Abigor보다는 덜 어두웠던 90년대 중반 오스트리아 심포닉 블랙의 어느 전형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텐데, 어쨌든 그 이미 잘 알고 있는(그리고 아마 이미 CD로 가지고 있을) 1995년의 2곡을 아무런 재작업도 없이 그대로 실어두고 있으니 굳이 Vuzem의 이름만 보고 사는 이들이 아니라면 본전 생각 나기 충분할 것이다. 다만 Vuzem의 곡을 바이닐로 듣고 싶다면 이걸 사는 수밖에 없으니 그런 이들에게는 조금은 더 유용할런지도.
[Casus Belli Musica,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