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스트리아 블랙메탈 밴드의 작년 데뷔작. 고로 당연히 생소하기 그지없지만 영어로 옮기면 ‘forlorn, futile, hopeless’ 정도일 저 밴드명과 커버만 보더라도 어느 정도 스타일은 뻔해 보이고, 음악은 그런 예상을 그리 벗어나지 않는다. 적당히 공격적이고 멜로딕한 리프가 돋보이는 블랙메탈인데, 빠르게 몰아치는 부분에서는 Watain 같은 밴드를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고, 은근 헤비메탈 리프가 여기저기 등장한다는 점에서는 (좀 더 느려진) Satanic Warmaster가 연상되기도 한다. ‘Des Sommers Tod’ 서두의 블랙메탈 앨범에 끼어 있기에는 이색적일 정도의 헤비메탈 리프를 듣자면 잠깐이지만 무슨 앨범을 듣고 있는 건지 헷갈릴 수도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독일 블랙메탈로 시작했다가 핀란드 블랙메탈로 끝맺는, 어떤 의미에서는 꽤 보기 드문 스타일의 밴드인 셈인데, 하긴 어느 쪽이라도 결국 원류를 거슬러 가자면 “Transylvanian Hunger”가 나올 테니 개성적이라고 얘기하기에는 좀 망설여진다. 그래도 나름대로 탄력적인 – 어디까지나 이 장르에서 그런 편이라는 뜻이다 – 구성에 트리키한 면이 있는 트윈 기타가 있으니 듣는 재미만은 확실하다. 곡을 과하게 늘인다는 느낌만 없었다면 좀 더 좋았을 것이다.
그런데 metal-archives에서는 30장 한정반이라는데, 작년 3월에 나온 앨범이 지금도 여기저기서 보이니 이게 맞는 얘긴지 의심스럽다. 잘 팔릴 리 없건마는 30장 팔릴 수준은 아니다.
[Purity Through Fire,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