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th 이후 Opeth를 따라하는(그리고 항상 성공적이지는 않았던) 밴드들은 많았지만 Opeth가 보여준 프로그의 길로 영영 떠나버리는 식의 행보까지 따라하는 밴드라고 한다면 Dark Suns만한 사례를 찾기는 어렵지 않을까? 스타일은 분명 다르긴 했지만 어쨌든 이 밴드가 Opeth를 의식한 음악을 들려줬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고, “Orange”는 “Heritage”의 Opeth처럼 메탈 기운을 쫙 뺀 밴드 나름의 프로그를 들려준 앨범이었다. 중요한 차이가 있다면, “Heritage”가 호오가 갈릴 뿐 만듦새 자체에는 의심이 없었던 앨범이었다면 “Orange”는 밴드의 이전 모습을 기억하는 청자들에게는 도대체 의심이 가지 않는 부분이 없을 앨범이었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Dark Suns는 “Orange”를 통해 아예 프로그의 길로 떠나지 못하고 이 앨범에서 예전의 모습에 가깝게 다시 돌아왔다. 물론 색소폰과 트럼펫, 그리고 어느 때보다도 짙어진 재즈풍은 이 밴드의 프로그 행보가 계속 이어지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지만(이승열 뺨치는 앨범 커버도 그렇고), 앨범 전반에 덧씌워진 조금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걷어낸다면 곡들의 스타일은 “Existence”에서 디스토션을 뺀 정도에 가까울 것이다. 어찌 보면 Porcupine Tree를 많이 듣고 만들어낸 듯한 새로운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Tori Amos의 ‘Yes, Anastasia’를 조금은 장황하지만 정교하게 편곡해낸 커버가 이 새로운 스타일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지금껏 그랬고 앞으로도 Opeth의 경지에는 절대 이르지 못하겠지만 “Orange”를 제외하면 충분히 들을만한 음악을 들려줬던 밴드였고, 그런 정도의 기대는 충분히 만족시켜 주는 앨범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왕 기존 스타일을 되살린 거 적당한 디스토션도 좀 나왔으면 좋겠다. 메탈바보로서 하는 얘기다.

[Prophecy,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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