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포크라는 장르가 힘을 잃었음이 꽤 명확해진 이후 이런 류의 음악을 뭐라고 부를지는 많이 조심스러워졌다. 네오포크라고 명명하는 순간 어쩌면 정치적 불온의 혐의를 뒤집어쓸 수 있음을 고려해서인지 레이블은 이들을 ‘고쓰 아포칼립틱’, ‘샹송 느와르’ 식으로 광고했고(하지만 이들은 샹송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이 함부르크 듀오가 연주하는 독일풍 강한 음악은 네오포크 특유의 유럽풍과 연결되기보다는 King Dude가 태생을 따라 컨트리를 스스로의 음악에 섞어내는 맥락과 유사하게 설명되곤 했다. 물론 King Dude마저도 네오포크와 무관할 수 없는 음악을 연주하는 밴드임을 생각하면 그런 설명은 사실 말장난에 가까울 것이라 생각한다.

음악은 나름 달콤 씁쓸한 류의 네오포크이다. 기타 자체는 꽤 밝은 톤을 보여주지만 사실 기타를 제외한 나머지 파트들은 전형적일지언정 기타와는 확실히 대비되는 어두운 분위기를 보여준다. 밀리터리 팝에 어울리는 비트나 건반, 나름대로 희망찬 톤의 기타가 어떻게 Moon Far Away식의 그늘진 네오포크로 나아가는지를 보여주는 ‘1000 Namen’ 등의 모습에서 이들 나름의 개성을 찾아볼 수 있다. 사실 이런 식으로 극적 구성을 보여준 사례라면 아무래도 ROME를 먼저 떠올릴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이들이 ROME보다는 좀 더 강한 리듬감을 강조하는 편이다. 하긴 물 흐르듯 흘러가는 이야기꾼에 가까웠던 Jerome Reuter에 비한다면 이 듀오의 멤버들은 확실히 어딘가 잔뜩 뒤틀려 보이는 구석이 있다.

어디선가 들어봤음직한 다양한 모습들을 열심히 담아내고 있는 만큼 이걸 개성적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좀 망설여지지만 좋은 앨범이다.

[Auerbach Recordings,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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