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rpus Christii는 그래도 블랙메탈 좀 들었다고 자처한다면 한번쯤 스쳐 지나간 경험은 있을만한 밴드…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그래도 한번쯤은 꼭 들어봐야 할 밴드! 정도라고 하기는 또 그렇다. 가장 잘 알려진 앨범은 단연 데모 모음집도 아니면서 밴드의 역사를 신기하게 정규반만 쏙 빼놓고 망라하고 있는 “In League with Black Metal” 컴필레이션일 텐데, 그렇다 보니 이 포르투갈 블랙메탈의 나름 네임드 밴드의 정규작을 들어본 이는 생각보다 좀 더 드물어 보인다. Morte Incandescente의 두 멤버가 같이 북치고 장구치고 하는 밴드라고 소개하면 좀 더 관심이 가려나? 싶지만, Morte Incandescente라고 동시대의 밴드들 가운데 돋보이는 사례는 딱히 아니었던지라 레이블 입장에선 뭐 하나 셀링 포인트를 찾기도 어려웠겠거니 싶다. 각설하고.
음악은 꽤 준수한 블랙메탈이다. 이 밴드야 스타일의 부침은 있었지만 꾸준하게 트레블 먹인 날 선 트레몰로 리프를 앞세운 90년대 노르웨이 블랙메탈에 중심을 둔 음악을 연주했고, 그나마 “Palemoon”부터는 좀 더 모던한 감(이래봐야 Darkthrone에서 Satyricon으로의 변화 정도이겠지만)을 더한 연주를 보여주었는데, 그런 방향은 이번 앨범에서도 달라지지 않는다. 가장 전형적인 사례는 ‘From Here to Nothing’이나 ‘Unearthly Forgotten Memory’일 것인데, 스래쉬물을 먹다 못해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팜뮤트는 나름 모던했던 전작들에서도 그리 자주 보이지는 않았던 모습이다. 요새 나오는 블랙메탈 밴드들이 툭하면 등장시키는 디프레시브 무드 같은 건 나오지도 않는다. 말이 모던이지 중간중간 Deathspell Omega를 의식했겠거니 싶은 괴팍한 리프를 제외하면 한 15년 전에 한창 나오던 스타일에 비슷해 보인다.
그러니 만듦새를 떠나서 이걸 이제 흥겹게 들을 이들이 얼마나 남았을지는 잘 모르겠다. 좀 더 올드했거나, 모던했거나, 둘 중 하나로 갔다면 더 나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웰메이드 블랙메탈 정도로 해 두자.
[Immortal Frost,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