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Lizzy Borden은 좋은 밴드이다. 하지만 Lizzy Borden의 명반 얘기를 할 때 “Menace to Society”를 하는 경우는 나로서는 별로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하긴 “Love You to Pieces”나 “Master of Disguise”가 있고, 글램이라는 측면에서 보더라도 “Visual Lies”가 있으니 이 앨범이 애매해 보였다고 해도 이상할 일까지는 아니렷다. “Love You to Pieces”가 흘깃흘깃 보여주던 스피드/스래쉬메탈에까지 다가가는 면모가 이 앨범에서는 (글램 물을 좀 더 먹다보니) 사라졌다는 점이 80년대 메탈의 세상을 꿈꾸던 천둥벌거숭이 메탈헤드들에게 어필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도 Lizzy Borden을 글램의 면모를 지울 수 없었던 아메리칸 헤비메탈 밴드라고 할 때 밴드의 앨범들 중 그 중간에 제대로 걸쳤던 사례는 이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데뷔작만큼 스래쉬하지는 않다 뿐이지 에너지는 확실한 앨범이고, 특히나 (밴드가 늘 그랬듯) 호쾌한 스타일의 오프닝을 보여주는 ‘Generation Aliens’와 헤비한 사운드의 ‘Notorious’는 (역시 밴드가 늘 그랬듯)뭔가 엄청난 곡을 약간은 성급하게(그리고 허접하게) 마무리하는 모습까지도 밴드의 여타 앨범들에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Love Kills’ 같은 곡의 멜로디는 Lizzy Borden이 다른 앨범에서는 보여주지 못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아메리칸 헤비메탈과 헤어메탈의 역사가 가장 절묘하게 만났던 지점들을 꼽는다면 그 중 하나에는 이 앨범이 있을 것이다. 하긴 멤버들 생긴 것만 봐도 헤어메탈답게 화려하지만 헤비메탈답게 전혀 화려하지 않은 얼굴을 만나볼 수 있다. 너무 막말인가?

[Enigma,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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