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프로그레시브 파워메탈 밴드. 레이블 광고문구는 Nevermore와 Control Denied, Queensrÿche를 같이 언급하고 있는데, 저 세 밴드가 ‘프로그레시브’ 말고는 음악적 접점이 많은지는 잘 모르겠으니 이런 광고문구는 그리 현혹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말하자면 이 밴드에 대한 기대는 거의 없었다는 뜻이다. 애초에 레이블의 재고떨이 CD 패키지(30장에 50달러!)에 끼워주는 2017년작 앨범이었으니 첫인상이 좋을 이유는 별로 없다.

그래도 음악은 예상보다 훨씬 훌륭했다. 일단 보컬이 좀 더 순해진 Warrel Dane을 떠올리게 하는 데가 있고, 확실히 ‘Consequences’ 같은 곡의 적당히 스래쉬한 리프는 Nevermore의 소시적에 닮아 있는 편이다. 그러면서도 솔로잉은 절제된 리프 위주의 전개와, 특히 ‘White Circles’ 같은 ‘블루칼라 USPM’식 구성에 건강한 코러스를 얹어낸 곡을 보자면 Queensrÿche를 얘기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나름 열심히 뜯어 봐도 Control Denied의 흔적은 도통 찾아볼 수가 없긴 하지만 이 정도면 약속은 꽤 열심히 지킨 셈이다. 사실 후발주자로서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의 성취를 보여준 저 밴드들을 못 따라가는 게 전혀 이상할 일도 아니다.

이 열심히 만든 앨범이 30장 떨이 패키지에 들어가고 있고 밴드 페이스북 페이지는 2017년부터 기복 없이 잠수 중이니 다음 앨범이 나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의 기대감만큼은 확실히 안겨주는 앨범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이 밴드도 팔자 잘 안 풀리고 있는 셈인데, 코로나도 끝났겠다 소식이 좀 들렸으면 좋겠다.

[The Snakes on Fire,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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