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심포닉블랙 얘기가 나온 김에 간만에. 말이 핀란드 4대 심포닉블랙이지 다른 밴드들과는 좀 레벨이 달랐던 …And Oceans를 빼고 가장 좋은 평가를 듣곤 했던 밴드는 Arthemesia였던 걸로 기억한다. Native North는 Einherjer의 Frode가 만든 레이블이었고, 본인들부터가 노르웨이 바이킹블랙의 1군…이라기엔 2% 부족하긴 했지만 충분한 기량을 보여준 밴드였으므로, 사실상 Einherjer를 제외하고는 Native North의 1호 발매작인 Arthemesia의 이 데뷔작은 나오기 전부터 꽤 관심을 모았다. 신보 공구라는 게 그래도 꽤 의미가 있었던 2001년에 1호 공구로 이 앨범을 진행했던 기억이 있으니 분명 그랬을 것이다.

음악은 꽤 수준 높은 블랙메탈이다. Wintersun의 Jari Mäenpää는 이미 이 때부터 빛나는 기타 연주를 들려줄 수 있었고, 레이블 1호작이라고 얼마나 힘을 줬는지 무척이나 깔끔한 – Einherjer 자기들 앨범보다도 훨씬 – 음질도 인상적이다. ‘Ancestor of Magick’의 클래시컬하면서도 화려한 기타 연주나, ‘Universal Black’의 Dissection을 의식했을 극적인 구성 등은 Arthemesia가 화려한 키보드를 앞세우다 다른 파트가 모조리 묻혀버리는 과오를 저지르곤 하는 이 장르의 많은 밴드들과는 레벨을 달리함을 보여준다. 사실 건반이 화려할 뿐 곡을 이끌어 나가는 건 분명 노르웨이 블랙메탈의 리프이기도 하고.

하지만 Frode는 Einherjer의 핵심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거래 매너 X같은 이로도 유명했고, 이 수려했던 블랙메탈 앨범이 주문한 지 4개월이 지나서야 비로소 통관절차를 밟는 모습을 보고 그 사실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으며, 그 4개월 동안 어느 게시판에서 열심히 십자포화를 맞고 나서 듣게 된 이 앨범의 음악은 한동안 처음 접한 그 날과는 상당히 다르게 들렸다. 밴드의 단명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아마 너무나 X같았던 레이블 복도 큰 몫 했을 것이다. 세상엔 뜻대로 안 되는 게 참 많은 셈이다.

[Native North,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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