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Boyd Rice가 Death in June에 참여하거나, Douglas P.가 Boyd Rice의 솔로작에 참여한 적은 많지만, 이 둘이 함께 밴드의 멤버로서 활동한 사례는 “Alarm Agents” 앨범을 제외하면 이 앨범이 유일하다. 그렇지만 ‘법적 문제’로 실제로 Scorpion Wind라는 이름으로 활동이 이어지지는 못했고, 이후 2007년에야 다시 Nerus에서 “Death in June & Boyd Rice”의 “Scorpion Wind” 앨범으로 재발매했다…는 게 일반적으로 알려진 얘기다. 하지만 저 ‘법적 문제’가 대체 뭔지는 찾아봐도 나오질 않고, “Heaven Sent”로 나온 1996년 버전이 10유로에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판인지라 그냥 잘 안 팔린 걸 법적 문제로 소수만이 들어볼 수 있었다고 뻥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딱히 그럴 이유는 없긴 하겠지만 말이다.
음악은 Death in June 류의 네오포크에 Boyd Rice의 나레이션에 가까운 – 좋게 얘기하면 ‘레치타티보’ – 보컬이 실리는 스타일인데, 시절은 바야흐로 “Rose Clouds of Holocaust”와 “Occidental Martyr”로 Douglas P.의 송라이팅이 절정에 이르던 시절이었고, 음악적 역량을 떠나서 트롤링으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Boyd Rice의 위악이 이에 합쳐져 독특한 매력을 만들어낸다. ‘The Cruelty of the Heavens’의 공격적인 비트에 사드, 다눈치오 등의 텍스트를 버무려내는 모습이나. Ennio Moricone마냥 낭만적인 연주를 업고 소셜 다위니즘을 논하는 ‘Love Love Love’ 같은 곡을 겁도 없이 내놓는 패기 넘치는 앨범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In Vino Veritas’ 같은 곡의 서정(과 낭만 어린 스트링)은 가사야 잔뜩 미쳐 있을지언정 이들이 어쨌든 브리티쉬 포크 전통의 끝단에 맞닿아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꽤 다양한 모습들을 담고 있는 앨범인 셈인데, 그러면서도 오컬트적인 내용을 주로 다루었던 “Alarm Agents”에 비해 좀 더 현실적이고 사회적인 소재들을 다루고 있는 만큼, 트롤링이라는 측면에서도 이 앨범이 좀 더 강력하다.
Boyd Rice의 똑똑한 듯 잔뜩 미쳐 있는 광기가 가장 잘 드러나는 앨범이라고 생각하고, 그만큼 곱씹으면 Boyd Rice가 내놓은 앨범들 중 가장 불쾌한 구석이 있는 앨범이겠지만, 네오포크의 역사에서 꼭 언급되어야 할 시절의 중요한 앨범들 중 하나임에는 분명하다. Douglas P.의 전성기 한가운데가 그대로 담겨 있는 앨범이다.
[Twilight Command, 1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