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로그 주인장의 썸네일 이미지가 대체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있어 설명할 겸. 1989년부터 활동해 온 이 파워 일렉트로닉스 거물의 현재까지는 마지막 정규 앨범인데, 원래 민감한 소재들을 골라 묵직한 음악을 만들어내곤 했던 밴드이지만 이젠 지역의 내전이나 군벌 얘기를 넘어서 직접 남미를 휘젓던 미국의 모습을 건드리기 시작했다. 바꿔 말하면 밴드의 그간의 어느 앨범에 비교하더라도 좀 더 ‘직접적인’ 메세지를 예상할 수 있는데(뭐 이런 음악을 누가 메세지 생각하고 듣기야 하겠냐마는), 그래서인지 “Under-Kontrakt”에서 조금은 잦아들었던 공격성은 이 앨범에서 다시 강해진 모습을 보여준다. 좀 더 장르의 본령에 집중한 앨범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Genocide Organ이 늘 그랬듯 구조 자체는 심플하고, 총성이나 남미 군벌들의 목소리 등 다양한 샘플링과 점진적으로 빨라지거나 느려지는 드론 사운드 등이 공격적인 노이즈와 함께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한다. 밴드의 다른 앨범들에 비해서 굳이 특징적이라면 보컬이 좀 더 다양한 양상들을 보여준다는 점인데(물론 노래를 한다는 얘기는 아님), 소재가 소재이다보니 스페인어 가사까지 소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지독하게 뒤틀린 신서사이저와 불길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피드백이 돋보이는 ‘Escuela de las Americas’가 앨범의 스타일을 대변하는 곡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Genocide Organ의 초기작들을 알고 있다면 좀 더 친숙하게 들을 만한 앨범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파워 일렉트로닉스의 가장 지독한 부류들을 접하는 입문작으로도 유용해 보이는 앨범이다. 그래도 워낙에 듣기 피곤한 스타일이다보니 어느 정도는 각오가 필요하다. 하긴 이런 류의 음악들은 ‘감상’이라기보다는 음악을 ‘체험’한다고 하는 게 더 적절해 보이는 구석이 있다. 그런 음악이다.
[Tesco,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