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르투갈 블랙메탈 밴드의 세 번째 앨범. 보면 레이블에서도 나름 밀어주는 듯하고 은근 다뤄주는 웹진들도 많은 걸 보면(굳이 메탈 웹진이 아니더라도) 나 같은 사람이나 모르지 생각보다는 많이 주목받는 밴드인 듯하다. 하지만 포르투갈 블랙메탈이라면 Signal Rex에서 나오는 것만으로도 차고 넘친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는 일단 생소한 이름이다.
음악은 그리 특이한 건 없는 스타일이다. 트레몰로 위주의 리프에 적당한 블래스트비트가 어우러지고, 아마도 드럼머신이겠지만 나름대로 다채로운 템포로 서사적인 구성에 신경을 쓰면서 신서사이저를 이용해 분위기를 잡아가는 류의 앨범인데, 이런 음악에 익숙해진 귀로서도 좋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는 음질에 리버브 잔뜩 걸린 드럼이 듣다 보면 그 거친 텍스처와 어우러져 꽤 독특한 분위기가 나오는 편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Nocturnal Poisoning” 시절의 Xasthur를 떠올릴 수 있을 법한데(앨범명도 비슷하기도 하고), Xasthur보다는 이들이 좀 더 공격적인 전개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더 끌릴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결국 앨범의 백미는 최면적인 분위기가 돋보이는 ‘Poisonous Dark Apparitions’다. 로블랙 밴드가 반복적인 리프와 앰비언스를 이용해서 어떻게 분위기를 만드는지에 대한 근래 드문 모범사례라고 생각한다. 지나치게 깔끔한 레코딩으로 분위기를 잡아먹는 밴드들이 보고 배울만하다.
[Hells Headbangers,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