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 블랙메탈 얘기가 나온 김에 이것도 간만에. 국내 레이블 Hammerheart Prod.의 4호 발매작이었고, 이후에 그리스 밴드 Encomium의 앨범이 5호로 나올 거라고 광고도 하고 했으나 실질적인 레이블의 발매작은 이게 마지막이 되어 버렸다. 보면 사장님이 레이블이야 셔터 내렸더라도 업 자체를 접은 건 아니었는데, 아무도 이 앨범을 궁금해하지 않았는지 밴드는 지금껏 활동하지만 이 앨범은 이후 한 번도 재발매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재발매 한 번 되지 않아도 Grimoire의 유일작이 가격은 그대로인 반면 이 앨범은 이제 100유로를 호가하는 고가품이 되었으니 사정이 그래도 좀 나아 보인다고 해야 하나… 물론 100유로에 팔려 봤자 로열티 한 푼 받을 것도 아니고 밴드 본인들은 아마도 생각이 많이 다를 것이다. 넘어가자.
레이블보다는 장르의 탓이 크겠지만 Hammerheart Prod.의 발매작들 중에 딱히 음질이 좋은 앨범은 없는데, 그 중 가장 최악을 하나 고르라면 단연 이 앨범일 것이다. 문제는 이 앨범이 발매작들 중 가장 심포닉한 앨범이라는 점인데, 꽤 비장하고 서정적인 건반이 돋보이지만 다른 파트가 다 같이 건반에 묻혀버린 덕에 점수를 많이 깎아먹는다. 신기하게도 그러면서도 베이스 소리는 꽤 잘 들리는 편인데, 녹음을 어떻게 한 걸까 조금은 궁금해진다. 좋게 얘기하면 음침한 분위기에 어울리는 마귀할멈 스크리밍도 노래를 잘 한다는 느낌까지는 아니다. 덕분인지 이 마귀할멈 스크리밍의 주인공 Balzamon은 이 앨범을 마지막으로 참여하지 않는데, 이후 밴드가 CCP와 계약하면서 그래도 활동을 이어 오는 모습을 보면 보컬이 진짜 약점이었나 보다 싶기도 하다.
그래도 저 수려한 건반만으로도 앨범의 가치는 충분하다. 과하다고도 할 수 있는 심포닉이 공격성을 갉아먹지만 애초에 북유럽풍에 비해서는 확실히 서정을 강조한 멜로디와 분위기 덕에(특히나 ‘Wading Through Sensuous Journey’) 크게 문제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관대하게 본다면 그게 밴드 나름의 개성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Hammerheart Prod., 19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