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그라인드의 어떤 시작점? 물론 Impetigo보다 장르의 원형에 다가간 사례라면 Repulsion이나 초창기의 Carcass를 얘기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하지만, Impetigo의 데스그라인드는 그라인드코어를 그리 즐기지 않는 이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정도로 귀에 박히는 리프를 가지고 있었고, 좀비나 고어 얘기를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피비린내만 풍기기보다는 지독한 유머감각을 함께 보여주면서도 꽤나 ‘연극적인'(뭐 이건 B급 호러영화 샘플들을 많이 집어넣은 덕도 있을 것이다) 면모를 보여준 점에서 다른 밴드들과는 확실한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라인드코어의 영향이 강한 사운드임에도 사실 생각보다 빠른 앨범은 아니다. 오히려 리프들은 많은 경우 그루브가 더욱 강조되어 있고, 블래스트비트도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는 종종 동류로 분류되곤 하는 다른 밴드들에 비해서는 오히려 Nunslaughter나 Autopsy같은 이들에 더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확실한 점은 이들이 스피드를 너무 고집하지 않으면서 매우 거칠고 불길한 멜로디의 리프를 중심에 두고, 여기에 각종 호러 영화와 연쇄살인마들(Henry Lee Lucas 등)의 육성 샘플을 이용해 당시까지는 전례없을 정도의 ‘호러’ 앨범을 만들어 냈다는 점이다. ‘Breakfast at the Manchester Morgue’ 같은 곡을 다른 누가 만들 수 있겠는가?

[Wild Rags,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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