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밴드명은 이코노미스트인데 돈은 전혀 못 벌었으니 아이러니한 이름이라면 어디 가서도 뒤떨어지지 않을 법한 이 밴드는 1993년 이 한 장을 내고 소리없이 망해버렸다가 2020년에 갑자기 뜬금없이 2집이 발표되면서 주목을 끄는 듯… 했으나, 그 2집 역시 소리없이 사라져버리면서 예전으로 돌아갔다. 하긴 2집이라고 하는 것도 뭣한 것이, 이 데뷔작을 내고 차기작으로 준비했던 앨범이었으나 밴드가 깨져버리는 바람에 나오지 못한 작품이었으니 그냥 미발표작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이 무명 밴드의 많지도 않은 발표작들(데모 포함)을 싹 쓸어담은 컴필레이션은 두 번이나 (각각 다른 곳에서)나왔다는 사실인데, 시장의 반응과 별개로 이 밴드를 주목한 이들은 꽤 되었던 모양이다.
음악은 다양한 스타일이 녹아들어가 있다는 게 대개의 평인 듯하지만, 청자에 따라서는 애매하다면 애매할 만한 스타일이다. 굳이 그 중심을 고른다면 비교적 변화가 심하면서 트리키한 리프를 보매 좀 더 직선적으로 변주된 Voivod(굳이 하나 고른다면 “Nothingface”) 류의 스래쉬메탈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헤비메탈/하드록의 면모나 어쿠스틱 소품이 중간중간 끼어들어가는 모습들을 보면 Damn the Machine 생각도 나고, 묵직한 양 곡을 끌고 가면서도 그리 무겁지 않고, 그러면서 뭔가 와닿지 않는 묘한 유머감각을 보면 Thought Industry 생각도 난다. ‘Environmental Funeral’ 같은 곡이 이들이 꽤 복잡한 구성을 소화해낼 수 있지만 유머감각은 자신들의 스타일만큼이나 애매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그 시절 프로그레시브 스래쉬를 즐기는 이라면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을 앨범이다. 사실 가장 큰 문제는 이 앨범을 포함해 이들의 발표작들을 싹 쓸어담은 컴필레이션이 두 번이나 저렴하게 나왔었다는 점이다. 그러니 이 앨범을 굳이 따로 구해야 할 이유가 별로 없는 셈이다. 그런데 나는 왜 구했을까? … 그렇게 오늘도 인생을 배우는 것이다.
[Soundbunker, 19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