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은 파르지팔이라니 멋들어지지만 사실 알고 보면 Cleopatra에서 (별로 메탈릭하지 않은 버전으로)Laibach풍의 인더스트리얼 앨범을 내놓던 Stiff Miners가 이름을 바꾼 밴드. 그러니까 사실 밴드의 역량이나 스타일을 생각하면 저 원탁의 기사보다는 차라리 돈키호테를 밴드명으로 하는 게 더 어울렸을 거라는 생각이 앞선다. Emperor가 만약 B급 밴드였다면 음악도 그저 그런 게 쓸데없이 이름만 황제라는 이름을 들었을 거라는 생각도 스친다. 각설하고.
덕분에 이 앨범도 특별하다고 할 것까지는 없는 인더스트리얼을 담고 있는데, 그래도 주목할 점이라면 ‘별로 어울리지 않을 법한’ 다양한 스타일이 섞여 있다는 것이다. 여전히 Dmitry Babelvsky의 보컬은 Laibach풍이고, 조금은 경박하게까지 들리는(그래서 Die Form 생각이 나는) 일렉트로닉스도 여전한데, 그러면서도 과장 섞으면 거의 In Slaughter Natives급으로 화려한 신서사이저에 뜬금없이 흥겨운 댄스 비트가 섞이면서 기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어찌 보면 싼티나는 Laibach 노선 탄 김에 아예 댄서블하게 갔나보다 하는 생각도 든다. “Noblesse Oblige”는 2004년에 바이닐로만 나왔던 앨범인데, 2008년작인 “Zeitgeist”보다 더 댄서블한 것이 나름의 증거랄까? 물론 내 생각일 뿐이다.
좋게 얘기하면 이국적이면서도 흥겨운 댄서블 비트를 만날 수 있는 보기 드문 인더스트리얼 앨범이다. 물론 인더스트리얼 들으면서 이런 걸 미덕으로 찾는 사람이 별로 없을 거라는 게 밴드로서는 아쉬울 것이다.
[Euphonious/VME,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