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nomist 얘기가 나온 김에 이들도 간만에. 90년대 초반 프로그레시브 스래쉬 얘기를 한다면 나오곤 하는 주요 밴드들의 목록의 말석 정도에는 흔히 이름을 올리곤 하는 밴드이지만 사실 이 밴드는 이 장르를 즐기는 이들이 보통 밴드에게 요구하는 덕목들과는 좀 궤를 많이 달리하는 음악을 연주했다. 테크니컬하고 때로는 절도있는 (Voivod풍의)스래쉬 리프를 보여주긴 하지만 애초에 리프부터가 전형적인 스래쉬와는 꽤나 거리가 멀었고, 묵직함과는 거리가 많이 있었던 드럼, 나쁘게 얘기하면 나사가 몇 개 풀린 게 아닐까 싶었던 Mike Patton풍의 괴팍한 유머감각(달리 말하면 아방가르드)에 적응했던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을 성싶다.

앨범은 지금 다시 들어도 여전히 괴이쩍은 부분이 많아 보인다. ‘Cornerstone’의 살짝 인더스트리얼 터치 섞인 그루브 메탈의 당혹스러움과 ‘Songs for Insects’의 의외로 프로그레시브한 서사, The Chalice Vermilion’의 스피드메탈식(달리 말하면 ‘펑크적인’) 전개 등은 밴드의 번뜩이는 면모라고 생각하지만 이게 밴드의 의도가 어쨌건 스래쉬 레떼르가 붙은 앨범 한 장에 들어갈 만한 내용들인지? 적어도 이게 그래도 서로 어울리고 있는지? 이런 질문들에 긍정적으로 답할 수 있는 메탈헤드가 많지는 않을 것이다. 청자를 공부하게 만드는 앨범일 것이다.

다음 앨범인 “Mods Carve the Pig: Assassins, Toads and God’s Flesh”가 그래도 좀 더 공격적인 만큼 밴드를 처음 접하기에는 이 데뷔작보다는 좀 더 나아 보인다. 그래도 굳이 신선함을 따진다면 이 만한 ‘스래쉬’ 앨범은 아마도 흔치 않을 것이다. 신선하긴 정말 더럽게 신선하다.

[Metal Blade,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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