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라고 하면 블랙메탈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메탈바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노르웨이 밴드들 중 가장 먼저 친숙해진 밴드라고 하면 TNT를 꼽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지금이야 전성기 멤버도 Ronni Le Tekrø 뿐이고 몇 물 갔다는 거야 확실하긴 하지만 Dimmu Borgir가 암만 잘 나간들 TNT만큼 앨범을 팔았을 리는 없을 것이라 생각하면 애초에 이만큼 잘 나갔던 노르웨이 ‘메탈’ 밴드가 얼마나 되나 하는 생각도 든다.

“Realized Fantasies” 이후로는 평이 좀 엇갈리긴 해도 이 밴드가 수려한 멜로디와 Le Tekrø의 트리키하게 스타카토 섞은 솔로잉을 잃은 적은 없었는데, 그런 밴드의 앨범들 중 단 한 장만 고른다면 열에 여섯 정도는 이 앨범을 고르겠거니 싶다(나머지 중 둘은 “Tell No Tales”, 나머지는 뭐… 1, 2집 중 알아서). 노르웨이라고 해서 무슨 지역색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멜로딕메탈/하드록, AOR의 전형과도 같은 스타일인데, 특히나 ‘Tonight I’m Falling’, ‘Intuition’, ‘Learn to Love’ 같이 장르의 최정점을 보여주는 곡들이 있으니 나머지가 조금 받쳐주지 못할지언정 아쉽지는 않다.

생각해 보면 TNT가 원래 이만큼 말랑말랑한 밴드는 아니었고, “Knights of the New Thunder”까지는 확실히 파워메탈의 기운이 남아 있었는데, 이랬던 밴드가 말랑해지면서 오히려 평이 더 올라간 사례도 얼마나 됐나 싶기도 하다. 하긴 이 정도의 멜로디를 쓸 수 있는 밴드라면 처음부터 “Tell No Tales”부터의 스타일로 가지 않은 게 잘못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간만에 ‘Tonight I’m Falling’을 틀어놓은 시간이 덥디더웠던 이번 여름 휴가 중 가장 청량했던 순간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Thought Industry와 꼭 비교돼서는 아닐 것이다.

[Mercury,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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