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aligari Records는 좀 꼬질꼬질한 류의 데스/블랙메탈 데모(주로 테이프)를 주로 내놓지만 여기서 나온 앨범들에서 딱히 실망해 본 적은 없는 나름 신뢰 – 물론 그만큼 기대수준이 높지는 않지만 – 의 레이블이다. 물론 여기 나오는 앨범들을 생각하면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칼리가리 박사가 잘 연결된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가려진 것 많은 매드 사이언티스트와 연결짓기에는 이 레이블의 발매작들은 확실히 대개 직선적이고 폭력적이다.
Extinguished도 그런 레이블의 방향성을 그대로 따라가는 핀란드 데스메탈 밴드인데, 레이블의 다른 펑크풍 강한 블랙메탈/데스메탈 앨범들에 비해서는 좀 더 노이지하고 80년대 후반 스래쉬 물이 덜 빠진 시절의 데스메탈을 연상케 하는 편이다. 그래도 ‘Devoted to Hades’ 같은 곡의 슬럿지 리프는 밴드가 나름 새로운 시도를 가져가려고 한다는 점도 알려준다. 그러고 보니 이만큼 피드백을 많이 써먹는 데스메탈 데모도 보기 드문 것 같다. 도입부가 됐건 곡의 중반이 됐건 피드백을 던져두고 그 지점부터 새로운 전개를 가져가는 점이 특징적이다. ‘나름의 새로운 시도’에도 불구하고 다 비슷하게 들리는 까닭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거칠면서도 은근히 음습한 분위기를 생각하면 Autopsy를 즐겨 들었다면 꽤 만족하지 않을까? 조악하지만 정규 앨범을 기대하게 하는 힘은 있다.
[Caligari,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