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an Parry의 노래 실력을 떠나서 이 분의 솔로작 중 내가 보기에 앨범 커버가 괜찮았던 건 단 한 장도 없었는데, 그 중에서도 (안 좋은 방향으로)가장 돋보이는 한 장을 고르자면 단연 이 앨범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저 드루이드 복장 뒤집어쓴 사내를 ‘섀도우맨’이라고 칭한 모양인데, 괴이한 폰트와 괴이한 색감과 괴이한 디자인이 어우러진 이 커버가 판매고에 악영향을 미친 탓인지 Ian Parry의 앨범 중에서는 비교적 눈에 덜 띄는 편(그렇다고 비싸다는 얘기는 아님)이기도 하다. 똑같은 그림을 Children of Bodom의 “Something Wild” 커버로 이미 봤기 때문에 아무 상관없는 앨범이면서도 짝퉁같이 보이는 것도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음악은 꽤 훌륭하다. 하긴 당연한 것이 이 분의 90년대 세 장의 솔로작들에서 골라담은 컴필레이션이기 때문에… 문제는 수록곡들 중 거의 2/3가 바로 전작인 “Thru’ the Looking Glass”의 수록곡이라는 점이다. 이래서야 그 앨범을 가지고 있다면 디자인도 구리구리한 이 앨범을 굳이 구할 이유가 별로 없어진다. 그래도 이런 선곡 덕분에 프로그레시브보다는 하드록/AOR 보컬로서 두드러지는 Ian Parry의 역량을 실감하기에는 Parry가 낸 앨범들 중 가장 적절한 선택이 될지도.
[T&T,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