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9년부터 시작했으니 나름 오랜 역사를 자랑하던 체코 둠메탈 밴드. 애초에 헤비메탈 밴드로 시작했다고 하고 음악도 굳이 비교하자면 While Heaven Wept 풍의 적당히 서사적인 구성과 둠-데스 사이의 어딘가에 있을 법한 둠메탈을 연주하고 있다. 그렇지만 저 밴드명과 앨범 커버에서 이런 음악을 예상한 이는 아마 거의 없었을 것이다. 일단 저 묘비 그림에 빽빽하게 적혀 있는 먼저 세상을 떠난 록 뮤지션들(Brian Jones부터 Shannon Hoon까지)의 이름만 보더라도… 차라리 클래식 록 스타일의 밴드였다면 모르지만 1996년에 나온 둠메탈 앨범 커버가 이렇다니 적어도 디자인 감각만큼은 형편없었음은 분명해 보인다. 덕분에 이 앨범은 90년대 후반부터 국내 유수의 중고매장들 구석 한켠에 꾸준히 악성재고로 꽤 오랫동안 남아(지금도 사실 가끔 보인다) 있었다.
그렇지만 음악은 꽤 준수하다. 아무래도 장르의 슈퍼스타…까지는 아니더라도 거물인 While Heaven Wept의 스케일 큰 음악보다는 좀 더 감정적인(달리 말하면 ‘고딕메탈’스러운) 스타일인데, 그러다가도 중간중간 묵직한 헤비메탈 리프도 튀어나오는지라 그리 처지는 분위기도 아니고, 그런 면에서는 장르의 초심자들이라도 접근하기 쉬운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가끔은 이것저것 너무 많은 것을 우겨넣다 보니 조금 난삽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Sacrifice Faith’의 묵직한 둠 리프 뒤편에 깔리는 뜬금없는 태핑 연주는 나로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멤버가 많다 보니 배가 잠깐 산으로 갈 뻔한 지점이 아니었을까? 물론 그래도 잘 추스리고 바다로 잘 나아가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앨범 후반의 ‘Trilogy’ 3부작은 솔직히 좀 감명깊었다.
[Taga, 1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