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부터 활동해 온 벨기에 다크웨이브 밴드… 정도로 홍보되고 있긴 하지만 그건 너무 ‘웨이브’에 강조점을 둔 얘기고, 콜드웨이브/다크-일렉트로 정도의 음악으로 생각하는 게 더 적절할 듯싶다. 이런 류의 밴드들만을 기복 없이 공개하고 있는 Echozone에서 모든 앨범을 발표했는데, 나름 구력이 쌓였음에도 아무래도 Distain!이나 IKON 같은 레이블메이트들을 인지도에서 이길 수는 없는 게 불만이었는지 이 앨범부터는 레이블도 바뀌었다. 물론 그렇다고 음악 스타일이 바뀐 건 하나도 없으니 항상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신선함을 찾아 헤매는 혹자들은 불만스러울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사실 이런 ‘콜드웨이브’ 류의 음악에서 새로운 부분을 찾기 힘들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건 좀 불공평하지 않나 싶다. 80년대풍의 고딕 향기 풍기면서도 적당히 댄서블한(그리고 때로는 표정 반쯤 찌푸리고 분위기 잡을 줄 아는) 웨이브 밴드가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모습은 말하기야 쉽지 생각하매 떠오르는 모습이 별로 없다. 그리 복잡하지 않은 연주와 듣기는 편하지만 특별할 건 딱히 없는 멜로디를 드라마틱하게, 때로는 댄서블하게 표현할 수 있으니 충분하지 않을까. 좀 더 댄서블한 버전의 Clan of Xymox를 연상케 하는 ‘The River White’나 괴팍한 보컬을 감안하고 듣는다면 The Cure풍의 멜랑콜리를 맛볼 수 있는 ‘My Frozen Heart’가 앨범의 백미.
[Wool-E Discs,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