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덜란드 멜로딕 하드록/AOR이 멋진 밴드가 꽤 많았다는 점이야 잘 알려져 있고 Terra Nova의 수려함도 대개 인정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90년대 중후반, 딱히 이런 스타일의 음악을 듣지 않던 동양의 어느 못생긴 사내가 앨범을 찾아 들어볼 정도로 유명한 밴드였냐 하면 아무래도 아니다. 그러니까 일본 옆에 붙어 있는 나라인 덕분이었던 면이 있겠지만 Terra Nova의 앨범이 라이센스될 수 있었던 90년대는 지나고 보니 꽤 괜찮은 시절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IMF와 함께 많은 것도 바뀌어 버리긴 했지만 말이다.
Terra Nova의 데뷔작도 그런 기억에 섞여 있는 덕분도 있겠지만 이 앨범에 비견할 만한 네덜란드 멜로딕 밴드의 앨범이라면 Robby Valentine이나 Vandenberg, Elegy, Zinatra의 앨범들 정도 아니면 잘 없지 않을까(말하고 보니까 꽤 많다 싶기는 하지만) 생각한다. (뻔하지만)청량한 톤의 키보드와 적당히 허스키한 Fred Hendrix의 보컬, 빛나는 솔로잉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심플하고 귀에 잘 들어오는 리프 등은 장르의 전형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었고, 당연히 Great White를 떠올릴 이름이지만 그들보다 더욱 청량했던 ‘Once Bitten Twice Shy’는 이걸 밴드로 합주할 수 있다면 우리도 여자친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헛된 망상을 어느 바보들에게 심어주곤 했었다. 물론 망상의 과정과 결과 모두 참으로 처참했다. 유감스럽게도 IMF 때문은 아니었을 것이다.
[Victor, 1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