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ul Chain 얘기가 나오는데 Death SS 얘기가 한 장도 없어서야 말이 안 된다는 많…지는 않은 이들의 요구를 반영하여 간만에.

Paul Chain이 Death SS 초창기의 가장 핵심적인 멤버 중 하나였음은 부인할 수 없지만 그래도 중요한 사실은 Death SS는 어디까지나 Steve Silvester의 밴드라는 점이다. 일단 밴드명 뒤의 SS가 (SchwarzSturm 같은 게 아니라)Steve Silvester의 약자이기도 하고… 그러니까 이런 점들을 생각해 보면 이 앨범명과 커버아트가 얼마나 얼척없는 내용인지를 알 수 있다. 난 처음에 무슨 Steve Silvester의 트리뷰트 앨범인 줄 알았다. 뭐 밴드명을 좀 길게 풀어썼을 뿐인지는 잘 모르겠다. 각설하고.

음악은 독특한 건 분명하되 나쁘게 얘기하면 참 잡다하게 다양한 모습들이 조금은 애매하게 섞여 있는 스타일이다. 1집 이전의 조금은 개러지 펑크에 흡사하게 느껴진 리프들은 좀 더 다듬어져 스래쉬메탈 리프에 가까워졌고, 싼티를 어찌어찌 스푸키함으로 승화시킨 키보드는 앨범 전반에 조금은 폐쇄적인 분위기를 가져온다. 특히 둠적인 리프가 돋보이는 ‘The Vampire’에서 이런 면이 더욱 부각되는데, 그러면서도 꽤나 연극적인 Steve의 보컬은 헤비메탈 본연의 매력을 잃지 않는다. 전통적인 헤비메탈에 가까운 ‘Zombie’나, 둔중한 템포가 곧 스피드메탈로 이어지는 ‘Werewolf’는 뭣 때문에 후대의 밴드들이 Death SS의 데뷔작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밴드의 이 ‘어두웠던’ 시기가 기껏해야 다음 앨범까지였음을 생각하면 더욱 인상적일 앨범이다. 사실 저 커버만 아니었다면 이탈리아 언더그라운드 헤비메탈에 감도는 특유의 싼티의 원류로 꼽히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Foto Studio Immagini Di Silvana가 사진을 맡았다고 크레딧에 쓰여 있던데, 밴드 본인들은 저 커버를 정말로 쓰고 싶었을까? 좀 궁금해진다.

[Metalmaster,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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