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 프로그레시브로 불리는 수많은 Genesis 따라지들 중에서 뻔한 카피캣 이상으로 평가되는 사례는 생각보다 별로 없는 듯하고 특히나 장르의 생명력 자체가 빈사상태에 이르렀을 90년대 이후에는 더욱 그렇지만 그래도 90년대 이후에 나름의 입지를 얻어낸 드문 사례라면 Arena는 첫손가락은 혹 몰라도 다섯 손가락에는 들 수 있잖을까 생각한다. 잘 하는 건 알겠는데 특유의 싼티나는 톤이 적응되지 않았던 Clive Nolan도 Arena에서만큼은 확실히 좀 덜한 것처럼 느껴진다. 네오프로그 레떼르가 붙어서 그렇지 이 밴드의 가장 알려진 앨범들은 동류로 분류되는 이들보다는 확실히 메탈에 기운 편이었고, 그 묵직함이 가벼워 날아가려는 키보드 연주를 붙잡고 있는 면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최고작을 꼽는다면 이견은 있겠지만 역시 “The Visitor”일 것이라 생각한다. 멤버가 멤버인지라 Pendragon과 IQ, Marillion(“Clutching at Straws” 시절의)을 적당히 섞은 듯한 사운드이지만 컨셉트에 따라 세심하게 배치된 파트들이 어느 하나 쓸데없이 들어간 곳이 없어 보인다. 가끔은 Tony Banks를 떠올리게 하는 Clive Nolan의 건반도 확실히 분위기를 잡아내는 데 성공적이다. ‘The Hanging Tree’나 ‘Crying in the Rain’처럼 적당히 어두운 분위기의 발라드는 Paul Wrightson이 “Mad as a Hatter”의 연극적인 면모 외에 좀 더 감정적으로 호소하는 데에도 일가견이 있음을 보여주고, 수려한 멜로디감각도 확연히 드러내는 편이다.

Pendragon이나 Shadowland 등을 좋아했다면 어떻게 흘러갈지가 좀 예상되는 앨범이겠지만 네오프로그의 상당수가 원래 그런 거 아니겠나? 생각하면 그 점으로 흠잡기는 좀 아니지 않나 싶다. 멋진 앨범이다.

[Verglas,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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