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n Der Graaf Generator를 좋아하긴 하고 그 역량의 중심에는 물론 Peter Hammill이 있겠지만 Yes나 King Crimson 같은 장르 최고의 공룡들에 비해 이 밴드에 손이 가지 않도록 하는 것도 역시 Peter Hammill의 존재일 것이다…라는 게 사견이다. 좋게 얘기하면 장르 최고의 시인이고 서사라는 면에서는 비교 대상을 찾기도 어렵겠지만 특유의 그 스타일 탓에 위악적이라는 얘기를 듣기도 쉬울 것이다.

“Pawn Hearts”가 밴드의 최고작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그 ‘위악’이라는 면이 정점에 이르렀던 것도 이 앨범이었다고 생각한다(그래서 여기까지 내고 해체했었는지도). 그래도 컨셉트 앨범의 방식을 빌어 정말 그런 방향성을 앨범 끝까지 일관되게 밀어붙였으니 그 뚝심이 이 미친 앨범이 나올 수 있도록 한 원동력이었을지도? 게스트로 참여한 Robert Fripp의 기타마저도 이 광기의 분위기 덕에 전혀 튀지 않는다. 다른 악기도 아니고 색소폰을 이렇게 공격적으로 쓰는 사례도 내 기억에서는 비슷한 경우가 없다. 연주의 정교함을 떠나서 이만큼 자신들의 컨셉트를 극한으로 몰아붙인 앨범은 거의 없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다고 외치지만(‘Lemmings(including Cog)’) 끝까지 달리는 건 가사 속의 사람들만이 아니다.

그러니까 이 멋진 앨범에 손이 쉬이 가지 않는 이유를 새삼 실감한다. 듣고 나면 참 피곤하다. 그건 니가 머리가 나빠서 그렇다고 한다면 아마도 그게 맞긴 할거다. 하지만 이 앨범을 듣지 않고 다크 프로그레시브를 얘기할 수 있을까? 그것도 아니긴 할거다.

[Philips, 1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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