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ik Turner가 떠났다. 스페이스록이 장르 명칭으로 쓰기에 적절한 이름이라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지만 그래도 저런 레떼르를 붙인다면 어울릴 단 하나의 밴드를 고른다면 역시나 Hawkwind일 것이고(2등은 Ozric Tentacles?), 이런 류의 음악을 했던 밴드들 중에서 가장 초지일관하게 우주생물이었던 사례를 고른다면 그것도 Hawkwind일 것이며, 이 많은 이들이 거쳐간 밴드에서 가장 핵심에 가까웠던 인물을 꼽는다면 Dave Brock의 이름 다음에는 아마도 Nik Turner가 있을 것이다.
내가 Hawkwind를 특히 좋아했던 부분은 우주 얘기 외길인생을 걸어 온 이 밴드가 비슷하다고 분류되는(하지만 직접 들어보면 사실 그리 비슷하지만은 않았던) 다른 밴드들과 비교해서 확실히 화끈하고 펑크적인 구석이 있다는 점이었고, 이미 Nik Turner는 “Space Gypsy”에서 UK Subs의 멤버들을 끌어들여 본격 Hawkwind풍 펑크를 연주한 적도 있었다. 그런 면에서 역시 6년만에 UK Subs의 멤버들을 다시 끌어들여 만든 이 앨범은 뭘 들어도 스페이스 판타지에 가까웠던 Hawkwind 패밀리의 앨범들 가운데 무척 의외였던 경험에 속한다. UK Subs의 그 멤버들은 이 앨범에서 Nik Turner에 감화됐는지 스스로의 펑크 물을 꽤나 빼낸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물론 본진이 본진인지라 ‘Thunder Rider’ 같은 후끈한 리프는 남아 있지만 “Space Gypsy”의 노골적인 펑크풍은 배제되어 있다.
그래도 “Doremi Fasol Latido” 시절을 연상케 하는 ‘The Final Frontier : Part One’ 같은 곡에서 펑크 물이 빠졌을 뿐 이 우주생물의 에너지가 빠지지는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는만큼 즐거움은 확실하다. 그러니까 어딜 봐도 80살 먹은 할아버지가 만들 만한 음악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 동안 덕분에 재밌는 거 많이 들었습니다. 푹 쉬시길.
[Purple Pyramid,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