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앨범이 예전에 Megaforce에서 나왔던 2CD 버전으로 라이센스가 됐더라. 그래도 스래쉬 좀 관심 있었다는 사람들은 웬만하면 한 장씩은 갖고 있을 만한 앨범인지라 이제 와서 라이센스하면 얼마나 팔리려나 하는 생각이 앞서지만, 뒤돌아 보면 나도 이 앨범을 꽤 늦게 들었었고 굳이 갖고 있는 앨범을 추가로 또 사고 있는 걸 보면 새로 나온 기대주 메탈 밴드 한 장 내는 것보단 이런 게 훨씬 잘 팔리겠거니 하는 생각도 든다. 각설하고.

Vio-lence를 미국 스래쉬의 1티어 정도로 놓는 이들은 별로 없겠지만 이 데뷔작만큼은 1988년에 나온 다른 스래쉬 앨범들에 비해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 앨범이었고, 좋게 얘기하면 Exodus와 Overkill(이나 Anthrax)의 장점을 고루 갖춘 앨범이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스피드도 그렇고 리프나 솔로잉도 그렇고 뭐 하나 최고였다고 할 만한 건 별로 없긴 하지만 Exodus식 스래쉬 리프를 가지고 교과서적인 구성으로 짜낸다면 이 앨범 이상으로 나오기는 정말 어렵지 않을까? 혹자는 리프에 맞지 않게 맥아리 없다고 하겠지만 좋게 얘기하면 Overkill이나 Anthrax처럼 흥겹게 다가올 수 있을 보컬이니 이 또한 나쁘게 볼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탁월한 리프메이킹을 보여주는 ‘Phobophobia’나 의외의 스피드메탈을 발견할 수 있는 ‘Kill on Command’가 있으니 돋보이는 곡이 없다고 할 것도 아니다.

그러니까 생각해 보면 이 밴드 최고의 단점은 Robb Flynn이 이 밴드 이후 Machine Head를 만들었다는 점일지도 모른다. 이 밴드를 잘 모르다가 뒤늦게 찾아듣는 이들의 상당수는 아무래도 Machine Head의 그놈이 소시적 하던 스래쉬 밴드 정도로 알고 앨범을 구했을 테니 이 클래식한 스래쉬가 꼭 와닿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Pantera는 어떤 의미에서는 많은 메탈 밴드들에게 본의아니게 최악의 본보기를 제공한 셈이다. 꼰대같은 얘긴가?

[Mechanic,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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