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찾아보면 1985년 부틀렉도 있긴 하지만 밴드의 ‘공식’ 릴리즈 중에서는 아마도 첫번째로 알려져 있는 1986년 데모. 물론 이 데모를 오리지널로 가지고 있는 이는 별로 없을 것이고(그런데 막상 보이면 또 별로 안 비쌈) 대부분은 나처럼 Anti-Mosh 666이 찍힌 캐나다 부틀렉으로 가지고 있지 않을까? (왼편의 커버도 캐나다 부틀렉 버전) 블랙메탈 부틀렉들이 대개 그렇지만 이 데모도 절륜한 음질을 자랑하는 덕에 오리지널과 부틀렉의 차이가 과연 얼마나 될까 의문스럽기도 하다.
펑크가 태초에 그랬듯 형편없는 연주력과 형편없는 여건으로 시작된 밴드답게(그리고 그런 밴드만이 붙일 수 있음직한 형편없는 앨범명까지) 데모는 음질을 떠나서 그저 무척 조악하다. 솔직히 Mayhem의 데모가 아니라면 이걸 굳이 구해 들을 가치는 별로 없겠지만, 어쨌든 Mayhem의 첫 데모이니 이제는 Peaceville에서도 LP로 찍어내는 정도가 되어 버렸는데,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이 27분의 데모에서 건질 만한 부분은 별로 없어 보인다. 흥미로운 건 우리는 이후의 다른 앨범들을 통해 이 데모의 많은 수록곡들이 그리 나쁘지 않다는 걸 이미 알고 있다는 점인데, 그런 상태에서 들어도 이 데모를 좋게 넘어가주기 어려우니 그 심각성은 더하다. 특히나 Venom의 ‘Black Metal’의 커버는… 난 지금도 Mayhem이 왜 굳이 Venom의 커버곡들을 앨범에 넣어 두었는지 모르겠다. Mayhem이 커버한 Venom의 곡을 좋게 들었던 적이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Witching Hour’도 그렇고.
그래도 Euronymous가 본격적으로 블랙메탈 리프를 연주하기 전의 ‘데스메탈’ 기타 연주와 Necrobutcher와 함께 보컬을 나눠 부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앨범은 부틀렉을 빼면 이 데모가 유일할 것이다. 블랙메탈 라이브러리를 채우는 데는 확실한 존재감을 과시하는 그런 앨범.
[Funny Farm Inc., 19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