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틀렉도 워낙 많고 사실 부틀렉이나 정규나 퀄리티에 큰 차이는 없는 게 1994년 이전의 Mayhem이긴 하지만 어쨌든 Mayhem의 데모를 제외한 첫 정규작은 아마 “Deathcrush” EP일 것이다. 앞서 “Pure Fucking Armageddon” 데모를 냈던 Funny Farm은 곧 Posercorpse Music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드디어 블랙메탈 레이블다운 이름을 가질 수 있었고, 이 레이블의 유일한 발매작이었던 이 EP에서부터 드디어 그 빈티나는 것 말고는 내세울 게 없어보이던 밴드는 이제 블랙메탈이라고 불러줄 수 있을만한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물론 음질 조악한 거야 (이전보다야 낫다지만)여전하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블랙메탈의 전형보다는 블랙스래쉬에 가까운 스타일이지만 확실히 밴드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건 여기부터이지 않은가, 하는 얘기다. 1987년이니 아직 블랙메탈의 전형을 갖추지 못했다고 해도 그건 흠이 되는 얘기도 아니고.
Conrad Schnitzler의 영향을 받았다지만 사실 굳이 앨범에 들어가야 했을까 싶은 ‘Silverster Anfang’을 지나 ‘Deathcrush’를 마주하면 밴드의 발전을 확연히 마주할 수 있다. Venom과 Bathory, Celtic Frost의 그림자가 절묘하게 맞물린 연주와 Maniac의 래스핑이라기보다는 그냥 미친놈 보컬에서 그 이전까지는 밴드에게서 볼 수 없었던 기묘한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다. 슬슬 Euronymous 특유의 잘 치지는 않지만 날카로운 솔로잉이 등장하기 시작하는 ‘Chainsaw Gutsfuck’, Celtic Frost의 스타일이 어떻게 블랙메탈의 트레몰로로 연결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Necrolust’ 등도 일신한 밴드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말하자면 Mayhem이 본격적인 블랙메탈 밴드로서 남긴 의미있는 첫 작품은 이 EP라고 생각하고, 이후의 어느 앨범보다도 거친 사운드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는 “De Mysteriis Dom Sathanas”가 너무 깔끔하게 녹음됐다고 볼멘소리를 늘어놓을 어떤 이들에게는 이 앨범이야말로 밴드 최고의 노작으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 1987년에 이런 걸 녹음하고 있었으니 암만 생각해도 그 시절 이들은 생긴 것 만큼이나 진짜로 미쳐 있었음은 분명해 보인다. 하긴 생각해 보면 훗날 교회 방화 같은 걸 실제로 실천하려면 제정신으로는 좀 어렵긴 했겠다. 그만큼이나 광기가 묻어나는 앨범, 이라고 하는 게 가장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Posercorpse Music, 1987]
취향 문제일 듯 한데, 저는 mayhem을 처음 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이 ep와 chimera가 제일 좋습니다. 어찌 된 일인지 모르겠어요 ㅋㅋ 보컬 음색은 아틸라가 제일 좋은데 앨범은 영 와닿지가 않더군요…. 그래서 저는 옛날부터 항상 생각한게 아, 나는 블랙메탈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인가?? 왜?? 사람들이 칭송해 마지않는 mayhem의 역작들이 영 와닿지 않을까?? 이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저는 그때나 지금이나 judas iscariot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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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랑 “Chimera”면 사실 Maniac 보컬 취향이신 거 아닙니까? ㅎㅎ “Chimera”도 평은 그냥 그렇던데 저는 나쁘잖게 들었습니다. 그래도 사실 만듦새만 따지면 “Wolf’s Lair Abyss”가 제일 좋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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