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낙에 악명 높은 라인업이어서 그런지 Dead가 노래하던 시절의 Mayhem은 다른 블랙메탈 밴드들보다도 유독 리허설 부틀렉이 많이 보이는 편인데(물론 내 경험일 뿐이니 사실은 그 정도까진 아닐지도), 대개의 이런 리허설 부틀렉들은 미발표곡이 있다거나, 아니면 정규 앨범들이 차마 선택하지 못했던 엄청난 아트워크를 보여준다거나 하는 사례가 아니라면 딱히 메리트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Mayhem의 라이브 부틀렉들의 엄청난 음질을 생각하면 이들의 경우에는 리허설 부틀렉이라고 하더라도 큰 차이는 또 없을지니 어차피 부틀렉까지 사서 쟁여둘 이들이라면 리허설이라고 피할 이유는 또 없어 보이긴 한다. 결국 돈 아까운 줄 모르고 부틀렉까지 사는 이라면 그렇게 비합리적인 소비생활을 이어가곤 한다. 이거 사실 자아비판이다.
그래도 이 부틀렉은 그런 류의 리허설 부틀렉들 중에서는 좀 더 많은 이들의 표적이 되었던 앨범이다. 일단 1989년의 리허설이니 Mayhem의 이 ‘클래식’ 라인업이 첫 공연을 하기도 전인 시점이었고, CD버전은 부틀렉 주제에 OBI까지 껴주는(게다가 일본반인 것처럼 일본말도 나오는) 쓸데없을 정도로 세심한 디자인이 돋보이는데다, 예의 그 무시무시한 음질로 들어주기 어렵게 연주하는 밴드의 클래식들 끄트머리에 미발표곡 ‘Of Sodomy and War’가 붙어 있다. 사실 대단한 곡은 아니고 Emperor의 ‘Ye Entrancemperium’의 크레딧에 왜 Euronymous가 쓰여 있는지를 알려주는 정도의 메리트가 있겠지만… Mayhem의 미발표곡이면 됐지 뭐 그 이상의 의미가 필요할까.
그리고 ‘Freezing Moon’의 무척이나 많은 버전들 중에서도 가장 거칠게 연주해 주는 버전은 이 부틀렉에 수록된 게 아닐까 생각한다. 하긴 1989년이면 아직 밴드가 갑자기 연주력이 부쩍 늘기 전이니만큼 그럴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밴드의 팬이라면 한 장쯤 노려볼 만한 부틀렉인 셈인데, 요새는 어쩌다 보여도 100유로를 훌쩍 넘겨주고 있으므로 생각없이 지르기 전에 한 번쯤은 잘 생각해 보는 게 좋을지도.
[Immigrant Darkness, 1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