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창 Mayhem만 들었더니 간만에 다른 밴드의 최근 앨범 한 장. 물론 30년 가량의 차이는 있지만 커버를 보면 알겠듯이 헝그리함에 있어서는 30년 전의 Mayhem과 비교해도 유의미한 차이는 없어 보인다. 그래도 뭐가 됐든 자기 레이블과 판가게가 있었던 Mayhem이 좀 더 상황은 나았을 수도 있겠다. 각설하고.

그래도 이 원맨 밴드를 굴리고 있는 Lord Valtgryftåke도 칠레 블랙메탈 씬에서는 꽤 거물이라고 한다. 아닌게아니라 Pyreficativm이나 Winterstorm, Wampyric Rites처럼 일단 칠레 블랙메탈의 조금은 알려진 이름들(뭐 거기서 거기이긴 하다만)의 주축으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고, 진짜 실체가 있긴 한지 모르겠지만 이 일군의 밴드들이 Pure Raw Underground Black Metal Plague라는 서클까지 만들고 있다고 하니 은근히 저 Mayhem과도 닮은 구석들이 있는 셈이다. 서클 이름에서 묻어나오는 시대착오적 작명 센스까지 30년 전을 따라가고 있는 것도 그렇고.

음악은 기대보다 준수한 편이다. 존재감 없는 베이스와 아련하게 느껴지는 드럼과 보컬, 전면에서 거칠게 리프를 긁어대는 기타는 그야말로 장르의 전형에서 전혀 비껴나지 않는 로블랙에 가깝다. 그리 복잡하지 않고 트레몰로는 별로 사용하지 않지만 펑크의 기운 강한 리프들도 그렇고, 특히나 ‘Centuries of Glorious Wisdom’ 같이 노르웨이풍 강한 곡은 블랙메탈의 전형에 가깝다. 하지만 ‘Path of the Damned’의 중반부의 헤비메탈식 전개나 의외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던전 신스 ‘Opferblut I’, ‘Opferblut II’ 같은 곡들을 보면 의외로 다양한 스타일을 ‘의식’해서 만들었다는 인상을 준다. 물론 그래봐야 지글거리는 블랙메탈 앨범이라는 설명에는 변함은 없겠지만 말이다.

이런 전형적인 스타일이 생소하지 않다면 무난하게 즐길 만할 그런 앨범.

[Inferna Produndus,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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