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cy Hitchings가 죽었다. 네오프로그 뮤지션들이 대개 그렇지만 음악계에 한 획을 긋기에는 택도 없었고(Marillion 정도가 예외랄까) 참여했던 프로젝트들에서 핵심적이었다 하기에도 조금은 부족해 보이지만 남긴 앨범들에서 들려주는 목소리는 절창이란 표현을 쓰기에 부족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Landmarq에서의 퍼포먼스는 전임자가 Damian Wilson임에도 불구하고 기억에 남는 모습인데, 보여주는 기량을 떠나서 왜 프로그 밴드가 어떤 때에 굳이 여성보컬을 쓰는지에 대한 하나의 모범답안을 제시했다고 할 수 있을까? Landmarq를 먼저 얘기하긴 했지만 Tracy Hitchings가 크레딧에 이름을 올린 모든 앨범들은 적어도 서사라는 면에서 결코 떨어지지 않는 프로그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Quasar도, Landmarq도, Strangers on a Train도, 솔로작도.

그 중에서 한 장만 고르는 게 사실 크게 의미는 없겠거니 싶지만(어차피 참여한 사람들도 다 거기서 거기이기도 하고) 굳이 한 장을 택한다면 아무래도 Landmarq의 새로운 보컬로서 등장했던 이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Clive Nolan의 손길을 피해갈 수 있었던 것도 있고, Quasar의 앨범들에서 지울 수 없는 은은한 싼티를 찾아볼 수 없는 앨범이기도 하고, 기본적으로 파퓰러한 건반 연주를 퍼붓는 류의 심포닉이 주류가 되지만 때로는 Camel풍의 분위기에 재즈적인 트위스트를 섞어 나름의 개성을 보여주기도 하는 모습(‘Lighthouse’), Genesis 따라지를 정말 최선을 다해 수행하는 모습(‘Between Sleeping and Dreaming’) 등 많은 즐길거리들을 던져주는 앨범이기도 하다. “The Vision Pit”이 똥반이란 이름에 부족함이 없는 앨범이었으므로 더욱 돋보이는 행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래저래 내 기억에 꽤 깊이 남아 있는 보컬이자 밴드의 한 장이다. 그저 명복을 빈다.

[Cyclops,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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