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적인 선전포고라는 제목을 달고 노르웨이 블랙메탈의 큰형님이 6년만에 정규 풀렝쓰를 내놓는다니 기대를 모으지 않을 수 없었던 이 앨범이 어떤 면에서는 팬덤과의 선전포고가 되어 버린 Mayhem 최대의 문제작이 될 거라고 생각한 이들은 별로 없었을 것이다. 하긴 Mayhem의 앨범에서 인더스트리얼 물 먹은 음악이 나왔다는 자체가 많은 이들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얘기였을 것이다. 타이밍도 별로였던 것이 Gehenna나 Dødheimsgard, Satyricon 같은 거물들이 인더스트리얼을 받아들인 신작을 내놓았다가 실망스러운 성적을 받아든(정도가 아니라 욕을 바가지로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사실 생각해 보면 정말 똥반 소리를 들어 마땅할 앨범은 그 중에 “Rebel Extravaganza” 하나뿐이지 않을까 싶긴 하지만 어쨌든 사람들의 기대와는 꽤 거리가 먼 음악임은 분명했다.

그래도 생각해 보면 ‘A Bloodsword and a Colder Sun’ 연작의 당혹스러움만 어떻게 넘어간다면 앨범은 Mayhem이 그때껏 내놓은 어떤 앨범보다도 빡세고 테크니컬한 음악을 담고 있었다. 과장 좀 섞으면 Fates Warning 블랙메탈 버전 마냥 복잡한 연주를 보여주던 Hellhammer나, ‘Crystalized Pain in Deconstruction’ 등에서 훗날의 Akercocke 같은 밴드들을 연상케 하는 리프를 보여주는 Blasphemer의 연주는 ‘Norwegian Elite Black Metal’의 전형을 제시하고 있었을 것이다. 뭔가 미묘하게 Devo를 생각나게 하는(혹자들은 국어책 읽는 듯하다고 하는) Maniac의 나레이션들은… 이게 맞는 것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지만, 그냥 연극적인 시도였다고 생각하고 넘어가자.

말하자면 누구도 Mayhem에게 바라지 않았던 스타일이 담겨 있는 앨범이었지만 이후의 수많은 밴드들의 모습을 예기하는 음악을 담고 있었고, 21세기를 맞아 노르웨이 블랙메탈의 최고 거물이 장르의 새로운 모습을 제시한다는 식으로 광고했다면 앨범에 대한 평가는 지금과는 좀 달랐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Mayhem의 앨범이었으니 욕먹는 건 어쩔 수 없었겠지만 그거야 Euronymous 사후 이 밴드의 숙명 같은 얘기고 만약에 그랬으면 용두사미 소리만큼은 무사히 넘어갈 수 있지 않았을까.

[Season of Mist, 2000]

Mayhem “Grand Declaration of War””의 2개의 생각

  1. 웃긴 얘기일수도 있는데 저도 이앨범 꽤 괜찮다고 생각해요 ㅋㅋ
    솔직히 어릴때는 이런거 좋다고 말도 못했습니다 옛날에 인터넷에서 그랬다가는 음악도 모르는 새기 취급받으면서 얼마나 욕먹었었나요 인터넷 엘리티스트들.. 정작 그렇다고해서 옛날앨범들이 구리다고 한것도 아닌데 말이죠 ㅋㅋ

    저는 메이헴 내한 오는것도 이제야 알았습니다. 아마 제가 속한(?) sulsa, LPP 가 있는 크루(?) 라고 해야하나 하는 친구들과 메이헴 내한 추진하는 쪽 분들이 성향도 다르고 과거 사건들도 꽤 있는지라, 아마 가지 않을 듯 합니다만… 이런거 얘깃거리도 사실 많은데 기회되면 한번 뵙고 이야기하는것도 의미가 있겠네요. 저는 작년부터 선릉역 부근 펌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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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앨범 평가를 떠나서 저는 Blasphemer가 노르웨이 블랙메탈 뮤지션들 중에서 제일 기타 잘 치는 것 같아요. 이만큼 치는 사람이 또 누가 있나… Abbath도 잘 치기는 하는데 그 분은 기타 이전에 개그맨 이미지가 너무 세다 보니 뭔가 있어보이질 않네요.

      선릉역이면 저 사는 곳과도 지척이네요. 언제 한번 뵙고 인사드릴 기회가 있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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