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의 가장 의외였던 신작 중 하나는 Hate Forest의 이 앨범이었다. 물론 “Hour of the Centaur”로 다시 활동을 재개한 게 2020년이었으니 다시 활동을 접는다면 그것도 아쉬울 일이지만, 전쟁 한복판의 우크라이나에서 사는(그것도 바로 하르키우에서!) 양반이 신작을 내기는 정말 쉽지 않았을 것이니 이 앨범이 반갑지 않을 수 없다. 하긴 Roman Saenko도 40대 중반을 넘어갔을 테니 직접 총 들고 전선에서 뛰어다닐 나이는 아닐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각설하고.

앨범은 당연히 Hate Forest의 한창 시절보다는 좀 덜 거칠고 ‘매끄러운’ 전개를 보여주지만, 스타일 자체는 이전과 크게 차이가 없다. 오히려 드럼에 있어서는 이전보다 좀 더 단순해진 건가 싶을 정도인데(그만큼 블래스트비트가 많이 나온다는 뜻이다. 프로그래밍인만큼 이건 좀 심각할 때가 있다), 이걸 만회하기 위해서인지 Roman의 보컬은 예의 그 데스메탈풍 그로울링 말고도 의외의 ‘중음역대’ 목소리도 들려주는 편이다. ‘Temple of the Great Eternal Night’ 도입부의 어쿠스틱 연주와 포크 바이브나, 이전의 Hate Forest보다는 오히려 Drudkh에 더 비슷해 보이는 ‘Ice-Cold Bloodless Veins’도 어찌 보면 단조로울 이 앨범을 나름 굴곡 있게 만드는 데 기여한다. 여태까지 나온 Hate Forest의 정규작들 중 가장 깔끔한 레코딩을 보여주면서도 예의 그 차가운 분위기를 유지한다는 점도 나름 메리트일 것이다.

Hate Forest를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아마도 만족할 수 있을 앨범이다. 하긴 애초에 모르는 이들이라면 이 앨범에 손 자체가 가지 않겠구나 싶긴 하다.

[Osmose,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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