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밴드의 자세 탓이었는지 Season of Mist의 탓이었는지는 모르지만 Mayhem은 “Mediolanum Capta Est”가 나온 지 얼마나 됐다고 2001년에 세 장의 라이브 앨범을 내놓았고, “U.S. Legions”와 “European Legions”가 사실 라이브라기보다는 컴필레이션에 가까웠던 앨범이었으므로 그 세 장 중 그래도 가장 멀쩡한 라이브앨범은 이 마르세유 라이브 앨범이었다(고 생각한다). Mayhem의 라이브앨범을 곡 하나하나를 듣는 외에 현장의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굳이 구해듣는 게 보통이라고 한다면, 일단 공연 하나를 제대로 다 담아내고 있다는 자체가 좋은 일이다. 그러니까 나머지 두 장은 대체 뭐하러 낸 거냐 생각하면 삐딱하게 시선이 가기 마련이지만 일단 넘어가고.
물론 “Mediolanum Capta Est”가 들었던 볼멘소리를 이 앨범도 피해갈 순 없다. Euronymous 시절 밴드의 클래식들은 결국 “Mediolanum Capta Est” 앨범 수준으로만 들어가 있고, 밴드의 기량은 출중하지만 셋리스트가 좀 더 길어서인지 공연 뒤로 갈수록 Maniac이 힘에 부친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도 아쉽다. 말하자면 “Mediolanum Capta Est”의 셋리스트에 “Grand Declaration of War”의 몇몇 곡들을 더해서 내놓은 라이브라고 할 수 있겠는데, 뭐 어쨌든 두 번째 풀렝쓰를 냈으니 라이브에서 그 앨범 수록곡들을 연주하는 걸 뭐라고 할 수는 없지 않겠나. 특히나 Blasphemer의 기량이 돋보이는 건 결국 자기가 리프를 짠 ‘Crystalized Pain in Deconstruction’ 같은 곡들이니 나름의 존재감만큼은 분명히 드러난다고 할 수 있겠다. 내가 들어본 블랙메탈 라이브 앨범들 중에서 가장 레코딩이 뛰어난 앨범들을 꼽는다면 아마도 들어갈 정도의 음질인 것도 인상적이다. 하긴 원래 DVD로 낼 공연을 음반으로도 냈으니 더욱 신경썼는지도 모르겠다.
그럼 DVD를 사서 보면 되지 굳이 뭐하러 CD를 사느냐면 할 말 없지만 좋은 앨범이다.
[Season of Mist,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