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트레이드하던 모 스웨덴 아저씨가 자기의 올타임 훼이버릿 80년대 헤비메탈 데모라고 하기에 구하게 된 앨범. 물론 그 오리지널은 구할 능력도 요량도 없고, 작년에 정체불명의 스웨덴 레이블에서 갑자기 이 데모를 재발매한 덕분에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밴드명이 사우론인데 커버는 암만 봐도 길 갈라드인 것도 그렇고, 레이블도 흘러간 메탈 명작 재발매 전문 레이블을 표방하고 있지만 여태까지 세 장 빼고는 죄 노이즈/앰비언트만 내놓고 있는 이력의 곳임을 보면 앨범을 구하면서도 어느 한 구석 의구심은 어쩔 수 없다. 뭐 그래도 적은 돈으로 이 레이블의 메탈 발매작을 전부 수집 가능하다는 점은 자칭 컬렉터로서 나름의 메리트 아니겠는가? 식의 쓸데없는 위안을 덧붙이며 넘어간다.

음악은 사실 특별할 것은 없다. 데모치고는 음질도 깔끔하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나름 안정된 연주를 보여주는 기타와 베이스도 꽤 균형 있게 녹음된 편이다. 메탈이라기엔 그리 강력한 사운드는 아니고, Doro보다는 Pat Benatar에 더 비슷할 Åsa Helander의 보컬도 그리 파워풀한 스타일은 아니지만, 시절이 시절인지라 Heavy Load와 Warlock 사이의 어딘가의 분위기에 NWOBHM 스타일을 더한 리프가 나름 점수를 따는 편이다. 특히나 밀어붙인다기엔 좀 부족하지만 비교적 빠른 템포의 ‘Send it Back’은 1984년의 하드록/헤비메탈에 애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솔깃할 만한 구석이 많아 보인다.

말하자면 레이블의 광고문구처럼 40년만의 첫 발매를 기념비적이라 칭송할 것까진 없고 왜 못 나왔는지는 사실 짐작이 가는… 그런 정도의 앨범이라 할 수 있겠다. 그래도 레이블로서는 되게 뿌듯했는지 부클렛에 밴드에 대한 소개는 없으면서도 자기가 이 앨범을 어떻게 재발매하게 되었는지 경위를 한 페이지를 가득 채워 놓았다. 하긴 아마도 이 앨범을 잘 팔릴 만한 상품으로서 재발매한 건 아니었을테니 레이블 사장 입장에서 내고 기분좋았다면 그것만으로도 나름 의미있는 일일지도.

[Self-financed,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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