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투아니아 블랙메탈 밴드의 유일한 정규 풀렝쓰. 리투아니아 뮤지션이지만 뜬금없이 웨일즈에서 레이블 Odium Music을 굴리고 있었던 Lord Omnious가 중심이 된 프로젝트인데, 저 레이블도 웨일즈에 있다 뿐이지 정작 웨일즈 밴드는 하나도 안 나오는 기묘한 곳이기 때문에 뭐 이런 소개말은 하나마나한 얘기일 가능성이 높다. 건반 빼고는 모든 연주를 담당하고 있는 밴드의 또다른 핵심 Sadlave는 Obtest의 브레인인만큼, 그냥 저 리투아니아 블랙메탈계의 나름 거물급 뮤지션 둘이 의기투합해서 생겨난 밴드라고 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통상 포크 블랙메탈 정도로 소개되는 밴드이지만 사실 블랙메탈의 컨벤션을 잘 따라가는 음악도 아닌데다, 몇몇 곡들을 제외하고는 기타 리프를 중심으로 거친 보컬이 등장한다는 점 말고는 블랙메탈이라 부르는 자체가 좀 애매할 것이다. 프리재즈풍 색소폰과 오르간에 포크가 병치되는 ‘Savo Kelyje’나 기묘하게 흥겹게 들리는 서던 록까지 등장하는 ‘Gyvenimo Kritima Dovanosim Kranlkiui’ 같은 곡들을 보자면 1997년에 나온 ‘블랙메탈’ 앨범으로서는 좀 과하게 급진적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이런 음악을 담고 있는 리투아니아 밴드의 앨범이 (밴드명에서부터 엿보이긴 하지만) 정작 이집트풍 컨셉트를 담고 있다는 것도 나름의 똘끼였을지도 모르겠다. 동시대 활동한 유럽 메탈 밴드들 가운데 이만큼 아방가르드한 스타일을 추구했던 밴드가 있었을까? 나는 잘 모르겠다.

열린 귀를 자처하는 편이라면 일청을 권한다.

[Danza Ipnotica Records,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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