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로역정 운운한 김에 간만에 한 장. John Bunyun은 17세기를 살다 간 영국인이었으니 르네상스와는 좀 거리가 있을 것이고, Amazing Blondel이 가장 많이 듣던 얘기 중 하나는 르네상스 시절 음악을 재현하는 밴드였으니 생각하면 아무 상관 없기는 한데.. 난 천로역정을 컨셉트로 앨범을 만든다면 가장 적당할 밴드는 아마도 Amazing Blondel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 시절 이런 류의 브리티쉬 포크를 연주하는 밴드가 Amazing Blondel만 있는 건 아니었지만 비교적 록에 기울어진 부류(Gryphon이라든가)나 재즈물을 의외로 좀 먹었던 부류(Pentangle이라든가)보다는 Amazing Blondel이 확실히 좀 더 ‘포크’에 천착했던 사례라고 생각한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고전적인 스타일이라는 뜻인데, 기타가 중심이지만 거기에 류트나 시타, 플룻, 아르모니움 등이 어우러져 (그래봐야 실내악 스케일이지만)꽤 풍성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편이다. 사이키 포크를 얘기하는 건 아마 그 브라스 때문이겠지만 ‘고전적인’ 스타일인만큼 동시대의 다른 밴드들보다 사이키 맛은 좀 덜한 편이다. 누가 봐도 가스펠을 의식했을 ‘Cannan’이나 그 시절 흔했던 싱얼롱 스타일을 그대로 따라가는 ‘Bethel Town Mission’ 같은 곡보다는 ‘Season of the Year’ 같은 목가적인 마드리갈이 앨범의 스타일을 좀 더 대표할 것이다. 앨범의 백미일 ‘Shepherd’s Song’도 알고 보면 트래디셔널이란 것도 그렇고.
그러니까 포크 ‘록’을 원한 이들에겐 뭔가 좀 맹숭할지언정 목가적인 포크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이만한 앨범도 별로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보통 보이는 평점보다는 더 좋은 앨범이란 뜻이다. 일단 나는 그렇다.
[Bell, 19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