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네아폴리스 출신 블랙메탈 밴드의 유일작. 딱히 유명한 멤버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레이블을 잡았던 것도 아니었으며 기껏 이 자주제작 1집만을 남기고 망해버렸으니 그런 사실들만 본다면 한번쯤 주목해볼 만한 밴드! 라고 얘기하긴 좀 조심스럽다. 그럼 스타일 자체가 좀 특별한가? 라고 묻는다면 그것도 아니다. 적당히 포크 바이브가 묻어나는 블랙메탈인데, 보통 우리가 ‘pagan’ 블랙메탈이라 부르는 유형보다는 좀 더 멜로딕한 편이다. 그러면서도 ‘Amber Shades’ 같은 곡에서는 데스메탈스러운 면도 묻어나고, 파워메탈이나 NWOBHM의 기운도 앨범 군데군데서 발견할 수 있다. 사실 이런 류의 블랙메탈이 가장 많이 나오던 건 체코였는데(그래서 체코 메탈만 공구하는 이도 예전에 있었더랬다), 그런 면에서는 ‘이국적인’ 스타일의 블랙메탈이라 할 수 있다.
그래도 이 한 장의 앨범을 주목해야 할 이유는 가사다. 일단 앨범명에 ‘agrarian’이 들어간다는 자체에서 티가 나지만 이 앨범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농부’다. 그러니까 전쟁도 나오고 폭풍도 나오고 하지만 결국은 다사다난했던 그 중세의 시절(이런 서사를 미국 밴드가 하는 자체가 좀 의외긴 하다만) 험난한 시절을 살아가는 지친 농부의 모습… 같은 게 떠오를 이야기이다. ‘My Feast’에서 배고프다는 얘기로 곡을 끝냈다가 ‘Amber Shades’에서 아마도 다음의 수확을 위해 진행할 축제와 제물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 오컬트하다고 할 수 있으려나? 본격 농사꾼 블랙메탈 앨범이라는 점만으로도 이 앨범은 기억할 가치가 있다.
[Self-financed,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