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rjen Lucassen의 프로젝트들이 다 그렇지만, Arjen의 역량 중 가장 탁월하다고 할 수 있는 인맥…이 가장 빛을 발한 프로젝트는 역시 Ayreon일 것인데(아무래도 여기가 본진이기도 하거니와), 그런지라 Ayreon의 라이브가 성사되기란 사실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고, 오리지널 라인업을 끌어들인다는 건 더욱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얘기다. 그러므로 대체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지만 앨범의 오리지널 캐스트를 거의 그대로 데려와 밴드의 출세작이었던 “Into the Electric Castle”을 재현한 이 라이브앨범은… 우리의 인맥왕과 프로모터의 역량이 빛나는 한 장이라고 할 수 있겠다. Barbarian와 나레이터 역할이 Praying Mantis의 John Jaycee Cuijpers와 배우 John de Lancie로 바뀌긴 했다만, 앨범에서 큰 부분들은 어쨌든 아닐 것이다(전임자들 입장에서야 웃기지 말라고 하겠지만).
그런지라 앨범의 덕목은 결국 오리지널을 얼마나 라이브로 충실히 재현하느냐에 있을 것이고, 그런 면에서 나레이터의 변경이 조금은 어색하긴 하지만 어쨌든 오리지널보다 좀 더 묵직하고 화려하게 연주된 라이브는 이런 게 메탈 영역에서의 쇼 비즈니스의 극한에 가까우려나? 하는 생각을 들도록 한다. 물론 앨범하고 그냥 똑같이 한 번 연주하고 만다면 이 거물들을 긁어모은 수고가 아까워서였을지 앨범은 Arjen의 다른 프로젝트들(Ambeon, Guilt Machine, The Gentle Storm, Stream of Passion)의 곡들을 보너스로 담아내고 있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가장 귀에 박히는 건 Marillion의 ‘Kayleigh’ 커버일 수밖에 없다. 참여한 멤버들 중에 Fish 본인이 계셨으니 더할나위 없는 선곡이었을 것이다. DVD에 실려 있는 주요 멤버들의 인터뷰도 꽤 재미있는만큼(특히 Damian Wilson. 이 분 은근히 개그감이 넘친다) 한번쯤 봐두어도 나쁘지 않다. 멋진 앨범이다.
[Music Theories Recordings,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