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블랙/데스메탈 밴드들이 있었고, 그 중 많은 이들이 나름의 음악적 또는 상업적 성과를 거두었지만(후자의 측면에서는 그래봤자라는 평가도 보통 따라오긴 하지만) 그래도 그 중 우리가 보통 떠올리는 락스타의 이미지에 가장 들어맞는 인물을 고른다면 아마도 가장 유력한 후보의 한 자리에는 Nergal이 있을 것이다. Behemoth의 음악적 성과야 잘 알려져 있는데다, 왕성한 활동 가운데 맞닥뜨린 불의의 백혈병도 극복해내면서 이제는 폴란드판 슈퍼스타K(“The Voice of Poland”) 심사위원도 하고 에너지드링크 모델도 겸하면서 부업으로 바버샵에 나이트클럽까지 운영하고 가십란에 열애설까지 등장하는 셀러브리티가 되었다. 역경은 있었을지언정 확실히 성공적인 인생에 가까워 보인다.

생각하면 대단한 것이 Nergal이 밴드를 결성한 것은 1991년이었고, 바야흐로 노르웨이의 불한당들이 장르의 전형을 만들어가면서 그네들에게는 음악이 ‘그저 음악’이 아니었음을 몸소 실천하고 있던 시절이었다. 물론 지금껏 살아남은 노르웨이의 불한당들이 과거와는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 지도 꽤나 오래 됐지만, 전 세계 수많은 대중문화/대중음악 연구자들에게 두고두고 우려먹을 연구거리를 던져준 대형사고를 쳤던 만큼 이 폴란드의 ‘모범적’ 뮤지션에게 음악은 ‘그저 음악’일 뿐이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그 시절 블랙메탈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 여타 다른 책들과는 좀 달리 읽히는 데가 있다. 하긴 서문부터 Lamb of God의 D. Randall Blythe가 썼으니 당연한 얘기일 것이다.

말하자면 커리어 내내 딱히 사고친 적도 없었고 자신이 속한 분야에서 (아마도 현재까지는)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사례의 하나로 꼽힐 법한 인물이 인터뷰를 통해 스스로의 생각과 인생관 등을 풀어놓는 책이고, 꼭 음악만이 아니라 삶, 죽음, 종교, 여자, 그리고 셀러브리티로서의 인생…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만큼 이 책을 블랙메탈 관련 서적으로서 구한다면 아마 조금(사실은 많이) 허탈할른지도. 하지만 Adam ‘Nergal’ Darski라는 사람의 스테이지 뒤에서의 이런저런 면모들이나 헤비메탈 비즈니스의 이모저모들을 살펴보기에는 유용할 것이다. 인터뷰 곳곳에서 Nergal 본인의 유머감각도 드러나는만큼 읽기 그리 무겁지도 않은 편.

[Mark Eglinton & Adam Nergal Darski 저, Jawbone Press]

Confessions of a Heretic – The Sacred and The Profane : Behemoth and Beyond”의 2개의 생각

  1. 사실 Nergal은 그냥 뮤지션을 넘어 어느정도의 public figure가 되었다고 봐도 무방하겠죠. 그런 사람일수록 보여지는 이미지와 달리 비교적 별 무리 없이 깨끗(?) 한 삶을 살아야만 했을 것 같습니다. 본인의 성향도 그런 사람일 수도 있구요 ㅎㅎ celeb이란 말이 좀 더 정확할 것 같네요. 대단한 인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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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인 중에는 폴란드 김태원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더라구요. 어떤 사진 보고 그랬는지는 대충 알겠는데 본인들이 알면 아마 둘 다 싫어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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