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ergal 얘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이 블로그에 Behemoth 앨범 얘기를 한 번도 한 적이 없으므로 간만에. 하긴 이 블로그에 없는 게 한두 개가 아니긴 한데…
이제는 데스메탈 밴드 Behemoth가 잠시 커리어 초반에 블랙메탈을 했었다고 얘기하는 게 더 맞겠지만, 처음 들었던 게 이 앨범이어서인지 내게 Behemoth의 이미지는 블랙메탈 밴드가 커리어 쌓이면서 연주력이 늘더니 갑자기 Morbid Angel풍을 늘려가면서 데스메탈 밴드로 변모한 사례에 가깝다. “Pandemonic Incantations” 까지의 밴드는 슬슬 변화의 기운을 보일지언정 어디까지나 블랙메탈 밴드였고, “Grom”이 블랙메탈 밴드로서의 Behemoth의 모습을 대표하는 앨범이라 생각한다.
사실 “Sventevith”와 스타일은 대동소이하지만 드럼머신도 쓰고 좀 더 조악했던 데뷔작보다는 좀 더 군더더기 없이 몰아치면서 변화무쌍한 전개를 보여주는 “Grom”이 좀 더 블랙메탈의 완성형에 가깝고, 그러면서도 여성보컬이나 어쿠스틱한 패시지(‘Grom’), Nergal이 클린 보컬로 불러주는 ‘노래'(‘Rising Proudly Towards the Sky’) 등, 지금의 Behemoth와는 그리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모습들도 함께 어울리고 있다. 그런 면에서는 밴드의 앨범들 가운데 가장 사운드의 외연이 넓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시절은 Arcturus와 Borknagar, Troll이 이제 막 데뷔작을 내놓기 전인 1996년 1월이었다. Inner Circle의 몇몇 미친놈들을 제외하면 Behemoth보다 앞서 이만큼 완성된 블랙메탈을 보여준 밴드는 확실히 별로 없다.
…그랬던 이 분은 어떻게 두려움 없는 블랙메탈 전사에서 셀러브리티가 되었을까? 배울 수 있다면 좀 배우고 싶기도 하다. “Confessions of a Heretic”에도 저런 얘기는 나오지 않는다. 하긴 그런 것도 영업비밀인가.
[Solistitium, 1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