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러브리티 Nergal 얘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그 행보에 있어 가장 신기한 점들 중 하나는 블랙메탈 밴드들이라면 노르웨이를 따라 이것저것 서클을 만들곤 했을 것으로 예상되던 90년대 초중반부터 동고동락했던 폴란드의 중증 정신병자들을 뒤로 하고 정상인의 행보를 걸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하긴 노르웨이의 그 분들도 젊은 날의 과오를 뒤로 하고 이젠 대부분 정상인의 행보를 걷고 있으므로 생각보단 그리 어렵지 않았을런지도? 그러면서도 2018년에 Rob Darken과 사진도 찍고 했던 걸 생각하면 블랙메탈 뮤지션들 가운데 이만큼 외줄타기에 능한 이도 없었을런지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각설하고.

그 90년대 초중반 Temple of Fullmoon의 이름으로 모인 폴란드의 정신병자들 중에서도 가장 악명높은… 사례야 물론 Graveland겠지만, 가장 노골적으로 NSBM임을 드러냈던 밴드는 “United Aryan Evil”의 Fullmoon이지 않을까 싶다. Veles나 Gontyna Kry, Kataxu 같은 다른 밴드들은 어쨌든 북유럽 신화나 다른 중세풍의 상징 등을 빌려 그네들의 생각을 표현했다면 Fullmoon은 아예 커버부터 가사까지 직접적으로 불온함을 때려박았으니(첫 곡부터 ‘Aryans Ride over Falling Israel’ 이니만큼) 어쨌든 폴란드 블랙메탈의 오래 된 이름들 중 하나였던 이 밴드가 오래가지 못했던 건 세상 탓만 할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런 문제들을 뒤로 하고 음악만 본다면 사실 수준은 상당하다. 전반적으로 90년대 중반 식의 미드템포에 리버브 잔뜩 먹인 리프로 자욱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집중하는 류의 블랙메탈인데(그런 면에서는 “Panzerfaust” 시절의 Darkthrone에 가장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지도), 일견 Nocturno Culto를 연상케 하는 보컬도 분위기에 방점을 찍는다. Rob Darken이 손을 빌려준 건반도 앨범 전체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특히나 ‘The Wolfish Initiation’은 “Follow the Voices of Blood’의 전초전을 보여주는 듯 극적인 분위기를 과시한다. 명곡의 반열에 올릴만하다.

[Isengard Prod.,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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