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ead Not Found의 역사적인 카탈로그 1번을 차지했지만 정작 노르웨이 출신이 아니어서 많은 이들을 본의아니게 본전 생각을 하게 했던 이 밴드의 ‘바로 그’ 데뷔작. 뭐 사실 국적이 뭐가 중요하겠냐마는 Metallion의 레이블에서 나온 카탈로그 1번 밴드가 스위스 밴드라는 건 여러 사람들에게 의외로 다가왔을 법하다. 물론 나처럼 한참 뒤에 구한 사람이야 타격이 덜했겠지만 블랙메탈 앨범 한 장 구하기가 쉽지 않았을 90년대 초반 얘기는 지금과는 많이 달랐으려니 싶다. 각설하고.
동네가 동네인지라 이 데뷔작은 좀 느릿하긴 하지만 Hellhammer와 “Blood Ritual” 시절의 Samael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스타일을 보여준다. 물론 “Blood Ritual”이나 이 앨범이나 둘 다 1992년에 나왔으므로 이 밴드를 쉬이 Samael 짝퉁이라 부르기는 어려울 것이고, 그보다는 이 시절 스위스 데스/블랙메탈 밴드라면 Hellhammer나 Celtic Frost의 그림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굳이 비교하자면 좀 더 헤비메탈의 기운이 감돌던 “Blood Ritual”에 비해 Alastis는 둠적인 면모가 더 강했다고 할 수 있겠다. ‘Damned for Ever’의 도입부 같은 주술적인 분위기는 확실히 Samael이 보여준 그것과도 좀 달라 보인다.
말하자면 이 앨범 때까지만 해도 Alastis는 Samael에 비해서도 딱히 밀릴 것까지는 없었던 밴드…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이후의 (창작자의 의도를 떠나서)너무나 Samael 짝퉁 같았던 행보가 빛을 바래게 하지만, 1992년에 이 정도의 음악을 보여 준 밴드는 흔치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 정도면 한 번쯤 다시 찍을 만도 한데 왜 재발매가 한 번도 안 되는 걸까? 싸게 돌아다니는 물건은 거의 부틀렉이니 주의를 요한다.
[Head Not Found, 19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