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레코드 얘기가 나온 김에 간만에 Shrapnel 발매작들을 돌려보다 보니 이런 건 또 언제 샀는가 싶다(정작 이 앨범은 지구레코드에서 안 나왔음). 대충 발매년도와 카탈로그 넘버를 보니 이게 Shrapnel의 첫 앨범이로구나 생각해서 샀겠거니 싶다. 아무래도 Mike Varney의 이름을 아는 이가 업계인들을 빼면 거의 없었을 그 시절, 차곡차곡 쟁여놨던 재능들을 자신의 이름을 붙여 세상에 내놓는 첫 시도이지 않았을까? 의욕에 넘쳤을 Mike Varney는 이 앨범에서도 프로듀서를 맡았고, Steve Fontano는 없지만 이 앨범에서도 여전히 어딘가 확실히 빈 듯한 음질을 선보인다. 이후의 앨범들보다 거칠게 느껴지는 건 Steve Fontano의 빈자리 때문인지, 아니면 이 컴필레이션에 참여한 밴드들의 음악이 애초에 그래서 그랬는지 조금은 의문스럽다.

대충 찾아보면 ‘기타 인스트루멘탈 명가로서의 입지를 다진 역사적인 컴필레이션!’ 정도로 얘기되는 듯하지만, 수록곡들을 들여다보면 의외일 정도로 이후의 레이블 로스터에 등장하는 이름들을 찾아볼 수 없다. 그나마 눈에 들어오는 이름이 The Rods이지만 이 분들은 이미 Arista에 있다가 Shrapnel로 날아온 분들이니만큼 다른 신인들과 같이 놀면 좀 반칙일 것이다. 일단 인스트루멘탈 앨범이 아니기도 하고… 솔로잉 부분을 제외하면 화려하다 할 정도의 연주를 들려주는 보여주는 곡도 별로 없다. 그래도 Whizkey Stik의 펑키한 리듬감이 돋보이는 ‘Outta Line’이나, 견실한 NWOBHM 리프를 보여주는 Exxe의 ‘Look into the Light’, Shredding의 측면에서는 앨범 최고의 곡일 Lyle Workman의 ‘Code 3’ 같은 곡은 좀 더 제대로 된 녹음으로 듣는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굳이 몇 곡을 꼽아서 그렇지 사실 앨범에서 딱히 떨어지는 곡도 없기도 하다.

말하자면 이제 약관을 갓 넘긴 사내가 레이블 사장으로서 내놓은 첫 앨범으로서는 꽤 멋진 컴필레이션이었고, 이 앨범이 다른 재야의 기타 히어로들을 끌어오는 데 얼마나 멋진 포트폴리오가 되었을지는 Shrapnel의 역사가 잘 보여 주고 있다. 이 Vol. I이 무명으로 점철되어 있지만 Vol. II에서는 드디어 Exciter나 Michael Angelo Batio, Le Mans 같은 묵직한 이름들이 등장하니 말이다. 그런데 그런 것 치고는 재발매 한번 안 됐는데 앨범 가격이 도통 안 오른다. 20유로 정도면 Near Mint 정도 판은 충분히 구해지는 수준이니 관심있는 분들은 한 번 구해보시는 것도.

[Shrapnel, 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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