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rapnel 앨범들 꺼내 듣는 김에 한 장 더 얘기를 풀어보자면 지구레코드를 통해 나온 Shrapnel 앨범들 가운데 개인적으로 가장 구하기 어려웠던 중 한 장은 Apocrypha의 “The Eyes of Time”이었고, 그래도 어떻게든 “The Eyes of Time”이 눈에 띄었던 반면 “The Forgotten Scroll”은 정말로 눈에 띄지를 않았다. 그러다가 몇 년이 지났더라? 문득 “The Eyes of Time” 라이센스반에 실린 짤막한 해설지를 읽어 보다가 어느 문구를 발견했다. “국내 최초로 발매되는 아포크리파의 그룹역사를 알기 위해선…” 그러니까, 애초에 이 데뷔작은 라이센스로 나왔던 적이 없었던 것이었다. 잠깐 지난 몇 년간의 발품이 뭔 짓이었나 돌아본 뒤 수입반으로 알아보니까 앨범은 곧 손에 들어왔다. 역시 무식하면 몸이 고생하는 법이다. 각설하고.

음악은 역시 그 시절 Shrapnel 발매작 다운 기타 비르투오소의 화려한 연주를 앞세운 스피드/스래쉬 기운 머금은 파워메탈이다. 이 밴드의 세 장의 앨범들 중에서 그래도 이 앨범이 가장 스래쉬하면서도 네오클래시컬의 맛을 놓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고, 특히 이 앨범은 Mike Varney/Steve Fontano 듀오의 마수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적당히 텅 빈 느낌이 확실히 덜한 녹음을 자랑하므로(이렇게 리버브를 쓸 수 있는데 다른 앨범에서는 왜 그러는지 궁금할 정도로) 메리트를 더한다. “The Eyes of Time”에서는 좀 가볍게 들리던 Steve Plocica의 보컬(특히 ‘Twilight of Modern Man’)도 이 앨범에서는 확실히 Jeff Scott Soto 풍에 더 가깝게 들린다. 말하자면 레벨 차이가 없진 않지만 Yngwie Malmstten – Jeff Scott Soto가 스래쉬에 좀 더 기울어진 음악을 한다면 좀 비슷하지 않았을까 짐작하는 편이다.

물론 그래도 결국은 Shrapnel 발매작인만큼 가장 빛나는 곡은 ‘Tablet of Destiny’ 같은 화려한 인스트루멘탈이다. 그 시절 많은 연주자들이 그랬겠지만 이 밴드에서 화려하기 그지없는 솔로잉을 보여줬던 Tony Fredianelli가 Apocrypha 이후 개똥같았던 솔로작을 제외하면 메탈 뮤지션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한 건 생각하면 아쉬운 일이다. 다른 얘기지만 Third Eye Blind는 어떻게 이 분을 기타리스트로 영입할 생각을 했을지가 지금도 좀 궁금해진다.

[Shrapnel,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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