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bituary가 장르의 초석을 놓은 밴드들 중 하나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Slowly We Rot”를 제외하면 밴드는 데스메탈임은 분명해 보이지만 보통 얘기하는 장르의 전형과는 그래도 조금은 거리가 있는 스타일을 연주했다. Celtic Frost의 그림자야 데뷔작 때부터 돋보였지만 밴드는 다른 생각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몰아붙이는 사운드보다는 (상대적인 의미로)좀 더 여유 있는 템포에 Incantation과는 좀 다른 방식으로 질척한 분위기를 더한 음악을 연주했고, 그런 분위기가 정점에 이른 것이 “Cause of Death”일 것이다. 물론 앨범의 평가와는 별개로 분위기 날려먹는 데 뭐 있는 James Murphy의 솔로잉에는 호오가 갈릴 것이라 생각한다. 그 죽이는 연주에 왜 그러냐고 하는 분들께 굳이 반박할 생각은 없으니 일단 넘어가고.
당연히 밴드가 오랜 동안 활동하면서 그 빛나는 시절의 기량을 지금껏 유지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라고(일단 데스메탈 밴드라면 기량 유지 이전에 생존 자체가 문제였을 것이다) 한다면, Obituary는 비록 2집 이후 그 시절의 수준에 이른 적은 한 번도 없어 보이지만 소수의 과오 같은 앨범을 제외하면 꾸준하게 최고의 수준을 유지한 밴드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는 “Frozen In Time” 이후의 확 가벼워지면서 Death & Roll 수준으로 흥겨워진 스타일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질 것이다. “Dying of Everhthing”도 결국은 그런 노선의 연장에 있는 앨범이고, 그러니까 최근 10년 동안 Obituary를 듣지 않은 이라면 이 앨범을 굳이 구해 들어볼 이유는 별로 없을 것이다.
그래도 간만에 앨범은 “The End Complete”와 “Cause of Death” 시절의 바이브가 조금은 묻어나는 구석이 있고, ‘The Wrong Time’의 Hellhammer풍 리프나 ‘Be Warned’, ‘By The Dawn’의 Obituary식 둠 메탈을 좋은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정도면 노장으로서 최선을 다했다고 할 정도는 되겠거니 생각한다. John Tardy의 목소리는 여전히 전혀 녹이 슬지 않았으니 그 점에서는 기대 이상이라고도 할 수 있을지도.
[Relapse,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