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almankantaja는 나로서는 생소한 이름인데, metal-archives에 의하면 Aki Klemm이라는 양반이 Grim666이라는 멋대가리 없는 닉네임으로(뭔가 다음 카페 시절 생각없이 지은 id 같은 느낌이 든다) 활동하는 원맨 밴드이고, 2011년부터 지금까지 20장 가까운 정규반과 그 외 많은 EP, 스플릿 등을 내놓았다고 한다. 이쯤 되면 핀란드 블랙메탈계의 워크호스 Narqath만큼은 아니더라도 그 목전까지 올라오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부지런함으로 다른 일을 했으면 뭘 했어도 나름의 성공을 거두었겠지만 유감스럽게도 그가 선택한 건 블랙메탈이었으니 그만한 성공을 거두었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내가 음알못이라 여태껏 몰랐고 알 만한 사람들은 대충 다 아는 밴드기를 빌면서 넘어간다.
음악은 사실 특별할 것까지는 없는 DSBM 스타일의 블랙메탈인데, 보통의 경우보단 좀 더 둠메탈의 기운이 강한 연주를 들려준다. 굳이 비교하면 “Dance of December Souls” 시절의 Katatonia와 비슷한 느낌인데, 물론 그만한 멜로디감각까진 없지만 미드템포로 지글지글 리프만 아니라 ‘명확한’ 멜로디를 던지는 기타가 중심이 되는 음악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돋보이지는 않지만 철저하게 기타에 맞춰가는 드럼과 베이스도 그런 분위기에 기여한다. 누가 들어도 블랙메탈 스타일이지만 클린 보컬에서 래스핑까지 나름 열심히 오가는 보컬도 일반적인 DSBM과는 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사실 래스핑만큼은 DSBM류보다 더 거친 편이지만 ‘When I Leave’나 ‘Second Death’ 같은 곡의 클린 보컬은 웬만한 블랙게이즈 뺨치는 정도인지라 전형적인 DSBM을 원하는 이에게는 조금은 아쉬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목소리인지라 부클렛을 뒤져 보니 보컬이 Narqath였다. 이 분은 쉬지도 않고 여기에도 끼어들었구나 싶다가도… 뭐 유유상종이니까 열심히 사는 사람들끼리 잘 만났구나 싶기도 하다. 나도 좀 본받아야겠다.
[Misantropia,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