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uneral Winds는 1992년부터 시작된 나름 블랙메탈의 오래 된 이름이고, 과장 좀 섞으면 네덜란드 블랙메탈 ‘컬트’ 소리도 듣곤 하는 밴드이지만, 이 밴드가 컬트 소리를 들을 정도로 개성적이거나 앞서간 음악을 했던 건 아니었다. 키보드나 잦은 변박 같은 거 안 키우면서 Bathory풍과 그 시절 노르웨이 블랙메탈의 기운을 잘 섞어낸 음악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Bathory가 추앙받는 만큼 그건 블랙메탈에서 전혀 드문 스타일이 아니었으니 눈이 가기는 어렵지 않았으려나 짐작한다. 멤버 전원의 닉네임이 Xul로 끝난다는 게 밴드의 눈에 띄는 특징들 중 하나였겠지만 그걸 가지고 앨범을 구하기는 좀 그렇다. 그래도 30여 년을 밴드 문 닫지 않고 잘 버텨 온 덕에 나 같은 사람도 밴드의 2023년작을 구하는 게 아니겠는가? 그러니까 어떤 면에서는 확실히 어떻게든 살아남는 자가 이기는 거라는 생각도 든다. 일단 이들은 살아남았다.
이 2023년작은 세월은 지났지만 “Godslayer Xul” 시절의 스타일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오히려 밀어붙이는 부분은 예전보다 더한 편인데, ‘The Angels of Darkness’에서는 D-Beat 뺨칠 정도의 블래스트비트를 보여주기도 한다. 사실 원래는 미드템포로 승부하는 밴드이므로 이런 모습이 오히려 이색적인 편인데, 그래도 ‘Odium Emannations’ 같은 곡은 소시적의 Beherit이나 Barathrum마냥 ‘그루브’까지도 느껴지는 구수한 미드템포 블랙메탈을 담고 있으니 옛 모습을 유지하면서 파워 업그레이드했다는 정도로 얘기해도 될 듯싶다. 하긴 Countess와 Asphyx의 나라에서 나왔으니 마냥 밀어붙이기보다는 이렇게 적당히 음습한 밴드가 나오는 게 맞다는 생각도 든다. 딱 예상만큼이지만, 기대한 만큼은 어쨌든 만족시켜 주는 앨범.
[Osmose,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