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포크라는 장르가 쇠락했다는 사실에 대한 가장 단적인 증거들 중 하나는 Death in June의 이 앨범이 작년에 나왔다는 걸 알리는 뉴스 자체를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뭐 솔직히 말하자면 이제는 한창이라기보다는 한물 간 뮤지션에 가까워 보이기도 하고, 장르 자체가 힘을 잃은 상황에서 DIJ라고 뭔 뾰족한 수가 있었겠냐마는 그래도 이 장르 최고의 ‘구루’의 신작이 짤막한 단신도 보기 드물다는 게 엄혹한 현실을 보여준다. 제목도 “Nada-ized”인만큼 “Nada!”와 딱 연결지어 소개하기 좋건만 말이다.

하지만 정작 이 앨범은 신서사이저의 비중이 크다는 점을 제외하면 “Nada!”와 도통 비슷한 점을 찾기 어렵다. 신서사이저가 등장하긴 하지만 Joy Division과 New Order 사이 어딘가에서 기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한 “Nada!”에 비해 “Nada-ized”는 당혹스러울 정도로 댄서블하다. 과장 섞으면 DIJ의 멜로디를 빌려와 라운지풍을 적당히 곁들여 만든 신스웨이브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인데, 이런 식의 라운지 스타일은 일찍이 “Peaceful Snow + Lounge Corps”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지만(하긴 그 때도 Miro Snejdr의 솜씨였으렷다), “The Snow Bunker Tapes”의 조금은 심심했던 오리지널에 새로운 매력을 더했던 “Peaceful Snow…”에 비해 “Nada-ized”는 그저 안일하게 들린다. 그나마 새롭게 들리는 곡이라면 ‘Last Europa Kiss’가 있겠지만… “The Rule of Third”의 원곡 자체가 기억에 덜 남았던 탓도 있을 것이다.

결국 감상보다는 의문거리들을 던져주는 앨범이다. 네오포크라는 장르는 끝장난 것인가? (여기에 비하면 록은 죽은 것도 아니렷다) 아니면 DIJ의 매너리즘이 선을 넘어간 것인가? 아니면 왕왕 있었던 DIJ의 얼척없는 실험 사례가 또 하나 나온 것인가? 다음 앨범이 나와 보면 답을 알 수 있으려나.

[New European Recordings,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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